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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제는 돌아와 웹툰 앞에 선 스타작가

등록 2014-10-17 19:04수정 2015-10-23 18:12

<마루한-구현동화전>의 주인공 마루한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강해지는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
<마루한-구현동화전>의 주인공 마루한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강해지는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마루한-구현동화전>의 박성우 작가
웹툰에 대한 여러 오해 중 가장 억울한 것을 고르라면, 역시 웹툰 때문에 출판만화가 망했다는 ‘웹툰 책임론’이다. 따져보면 2000년대 초부터 이미 출판만화는 기울기 시작했고, 웹툰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역시 어려운 사정 속에서 출발한 게 사실에 가깝다. 그러다 웹툰 시장이 확 커지고 출판 시장이 무너지면서 마치 두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는 양, 웹툰이 출판만화의 파이를 빼앗아갔다는 담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출판만화의 스타 중에는 과거의 영광을 과거로 남기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꺼이 웹툰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마루한-구현동화전>을 연재 중인 박성우 작가가 그렇다.

박성우 작가가 웹툰에 데뷔하는 것만으로 출판 시장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실감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박성우 작가의 위치와 명성은 확고했다. 데뷔작 <팔용신전설>은 불모지에 가까웠던 판타지 액션 장르의 새 장을 열었고, <천랑열전>은 과거 성인만화 스타일의 무협만화가 아닌 소년만화로서의 무협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한국 출판 시장이 더 무너진 뒤에도 <흑신> 등의 작품으로 일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활동했다. 그런 그가 무협만화인 <마루한>으로 웹툰에 데뷔하자 누군가는 흘러간 출판만화의 화양연화를 그리워했고, 누군가는 드디어 웹툰에서 <천랑열전> 같은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박성우 작가의 웹툰 데뷔를 오직 스타 작가의 귀환으로만 바라보는 이 시선들은 둘 다 틀렸다. <마루한>은 출판만화의 호시절에는 절대 만들기 어려운 작품이다. 어떤 무공이든 책만 읽으면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천재적 재능의 주인공에 <신조협려>를 연상시키는 미인 스승과의 기연 등 무협 장르의 클리셰가 사용되지만, <마루한>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극 중 마루한의 성장과 그가 읽는 동화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이다. 심지어 그 동화들이 <백설공주> 같은 서양 동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검증된 공식을 선호하는 과거의 출판 시장에서 이 아이디어가 살아남긴 어려웠을 것이다. 박성우 작가 본인 역시 “일본이든 한국이든 출판사에 (새로운) 기획을 가져가면 그냥 하던 거나 하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그래서 <마루한>은 출판의 스타가 웹툰으로 쫓겨 와서 과거를 반복하는 작품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맞춰 작가 스스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낯선 면도 있지만 작가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건 그저 반가운 일이다. 그러니 이제는 출판과 웹툰의 적대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웹툰이 연 새로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는 게 어떨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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