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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웃음’의 절대가치 다양한 변주

등록 2014-12-12 20:18수정 2014-12-13 10:07

애플의 폐쇄성을 ‘사과등’이라는 가상의 곤충의 생식 과정으로 묘사한 <마음의 소리>의 한 장면.
애플의 폐쇄성을 ‘사과등’이라는 가상의 곤충의 생식 과정으로 묘사한 <마음의 소리>의 한 장면.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올해의 복귀-<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
지난주부터 연말 정산 ‘나홀로’ 웹툰 시상식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올해의 변신’ 부문(지난해 수상자 <용이 산다>의 초)을 시상하려는데, 이 부문을 통해서만 수상자,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의 성과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초 작가의 경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라는 서정적인 작품에서 <용이 산다>는 코미디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석 작가에 대해서는 <마음의 소리> 하나의 타이틀 안에서 벌어진 변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1년 반 전 ‘웹툰 내비게이터’ 지면에서 처음 소개한 작가 역시 조석이었는데, 당시에도 ‘작품 안에서 웃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집중해 조석을 비평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로 그의 개그 스타일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해 왔는지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그의 변화를 언급하는 건, 마치 문화방송 <무한도전>이 그러한 것처럼 <마음의 소리> 역시 이제는 모든 형식에 열려 있는 무정형의 놀이동산이 된 건 아닌가 싶어서다.

지난 1년 내내 항상 재밌는 중에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인 ‘살아 있는 감기의 밤’은 제목 그대로 <살아 있는 시체의 밤> 같은 좀비물의 장르적 형식과 분위기 안에서, 체육대회에 빠지기 위해 감기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군인들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군대의 일기장인 수행록은 어느 박사의 금지된 연구기록 같은 말투로 기록되고, 감기를 옮기는 과정은 폐쇄된 실험실 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풀어내는 방식 자체가 신선할 뿐 아니라 코믹한 사건이 공포 스릴러의 문법으로 서술되는 기발함은 웃음이라는 <마음의 소리> 본연의 목적에도 충실했다. 특히 이 에피소드에서 만화 <슬램덩크>의 주요 장면을 패러디하며 출판만화 연출을 슬쩍 도입한 부분은 이 만화가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아주 최근의 에피소드인 ‘신비 동물 리뷰 2’는 오랫동안 <마음의 소리>의 변화상을 본 입장에서도 놀라웠는데, 동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과 구성을 빌려와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을 묘사하는 것은 형식의 참신함이나 풍자의 통렬함이라는 부분 모두에서 과거 <마음의 소리> 어떤 에피소드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성취를 보여줬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이처럼 <마음의 소리>는 웃음이라는 절대 가치 하나만 유지할 수 있다면 방법론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일종의 <마음의 소리> 월드가 되었다. 언젠가 조석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해 “부실공사 때문에 건물에 균열이 왔는데 그때마다 시멘트를 바르고 보수해 밖에서 보면 되게 이상한 63층 건물이 됐다”고 했는데 이제 그 이상한 외형과 변화의 양상은 <마음의 소리> 자체의 정체성이 되었다. 어느새 900화에 근접한 이 만화의 다음 화를, 나는 아직 짐작하지 못하겠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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