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추·연희단거리패 20돌
한국에서 20년 동안 연극을 해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 그 삶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국 연극의 3대 극단으로 꼽히는 극단 미추와 연희단거리패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요즘 연극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년의 기쁨에 취해있기에는 현실이 가혹하다.
이들이 창단한 1986년은 87년 대선을 앞두고 살얼음판 같던 긴장이 조금씩 허물어지던 때였다. 5·3 인천사태에 이어 건국대에서는 수천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연행된 ‘애학투련’ 사건이 일어났다. 수십년을 억눌러온 군사독재에 대한 불만이 막 터져나오던 시점이었다.
우리 것에 대한 성찰이 무르익은 때이기도 했다. 미추와 연희단거리패 두 극단 모두 우리 것의 현대화를 목표삼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한 동인체제를 유지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함께 먹고 자면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극 하나 쯤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몇 안되는 극단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도 연극의 사회적 입지는 좁아져만 간다. 연극이 사회적 담론을 만들고 논쟁을 지피던 시절은 진정 가버린 것인가. 이윤택(5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각오는 다시 “게릴라전으로!”다. 20세기의 문화적 기득권이 변방으로 전락한 지금, 필요한 것은 상실감이 아니라 전투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지식인과 대중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왔다”며 “감각적이고 빠르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대중문화의 범람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린 변방이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 있다, 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시 게릴라가 돼서 시작해야죠.” 손진책(59) 극단 미추 대표는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연극이 급변하는 시대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시대 탓이 아니라 연극인 탓”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삶을 성찰하게 하는 연극을 만들어야죠. 외국에서처럼 적어도 지식인은 한달에 한 두 차례 이상 연극을 보도록 말이죠”. 두 극단의 20년 역사, 구성원들의 삶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봤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마포 황부자>(아래), 연희단거리패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위) 공연 사진.
우리 것에 대한 성찰이 무르익은 때이기도 했다. 미추와 연희단거리패 두 극단 모두 우리 것의 현대화를 목표삼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한 동인체제를 유지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함께 먹고 자면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극 하나 쯤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몇 안되는 극단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도 연극의 사회적 입지는 좁아져만 간다. 연극이 사회적 담론을 만들고 논쟁을 지피던 시절은 진정 가버린 것인가. 이윤택(5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각오는 다시 “게릴라전으로!”다. 20세기의 문화적 기득권이 변방으로 전락한 지금, 필요한 것은 상실감이 아니라 전투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지식인과 대중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왔다”며 “감각적이고 빠르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대중문화의 범람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린 변방이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 있다, 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시 게릴라가 돼서 시작해야죠.” 손진책(59) 극단 미추 대표는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연극이 급변하는 시대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시대 탓이 아니라 연극인 탓”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삶을 성찰하게 하는 연극을 만들어야죠. 외국에서처럼 적어도 지식인은 한달에 한 두 차례 이상 연극을 보도록 말이죠”. 두 극단의 20년 역사, 구성원들의 삶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봤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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