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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발칙한 오페라, 런던서 원곡공연 ‘완전범죄’

등록 2006-04-26 22:34

노승림의무대X파일 - 살로메(2)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살로메〉의 파리 초연은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그가 주인공 살로메로 염두에 두었던 사라 베르나르는 마지막에 변심을 하고 출연을 거부했다. 오스카 와일드 본인은 동성애로 고발을 당해 유죄를 선고받고 2년간 영국에서 감옥 신세를 지고 있었다.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와일드는 베르나르에게 자신의 희곡을 팔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을 뿐 희곡은 거부했다.

연극 〈살로메〉는 파리 초연 이후 1902년 독일에서 오히려 극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 공연은 헤트비히 라흐만이 쓴 독일어 번역판으로 공연되었다. 이 공연을 본 여러 명사들 가운데에는 서른아홉 살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결국 그는 이 대본을 가지고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했다.

〈살로메〉 이전에 슈트라우스의 명성은 오페라가 아닌 주로 교향시에 의한 것이었다. 성공을 확신한 슈트라우스는 1905년 6월 음악을 완성하고 그해 12월 드레스덴 무대에 올렸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오페라 〈살로메〉 또한 무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난관을 넘어야 했다. 파격적인 줄거리에 더해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음악적으로도 낯설고 실험적인 요소가 강했다. 주역을 맡은 마리 비티히는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춤추기를 거부했다. 다른 가수들은 노래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케스트라 파트에서도 불만은 터져나왔다. 어느 파트에서 오보에 주자는 “오보에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으니 악기를 피아노로 바꿔달라”고 작곡가에게 요청했지만 그 대답은 걸작이었다. “힘내게. 이건 피아노로도 잘 연주할 수 없거든.”

지휘를 맡은 에른스트 폰 슈흐는 초연 직전까지 슈트라우스와 말싸움을 했다. 슈흐는 슈트라우스의 시대파괴적인 음악적 시도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슈트라우스는 결국 그에게 “대체, 이 음악의 작곡가가 누굽니까? 당신이요, 나요?”라고 따졌고, 지휘자는 “천만다행으로 당신이지요”라고 대답했다. 이런 비협조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에서 소개했던 숱한 오페라들이 7전8기의 고난 끝에 이룩한 성공사례와 대조적으로 오페라 〈살로메〉의 세계 초연은 기막힌 성공을 거두었다. 작곡가와 가수, 그리고 단원은 오늘날의 예브게니 키신에 필적하는 무려 38회의 커튼콜을 받느라 녹초가 되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은 독일 전역의 50개 오페라극장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바다를 건너간 〈살로메〉는 독일에서만큼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07년 청교도주의로 점철된 뉴욕 초연 당시에는 제이피모건사의 창시자인 제이피 모건이 끝까지 윤리적인 문제로 공연 철회를 요구했다. 연극마저도 금지시켰던 런던은 살로메의 대사를 수정한다는 조건 아래 1910년 ‘독일어’ 공연을 허용했다. 본래 내용과 상당히 달라진 대사에 가수들은 맥이 빠졌지만 2막 즈음에는 대담하게도 모두 원래 가사 그대로 노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고 결국 완전범죄는 성립되었다.

공연칼럼니스트 alephi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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