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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 정명훈의 ‘아시아 필하모닉’

등록 2006-08-13 19:54

명성만으론 음악축제 ‘부실한 화음’
인천시와 지휘자 정명훈이 예술 발전을 위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천을 문화중심지로 격상시키려는 목표 아래 10년 전 창단했던 아시아 필하모닉(APO)을 다시 모아 지난 5일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은 정명훈의 지휘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으로 시작했는데, 도입이 매우 어수선했다. 곡이 진행되면서 차츰 좋아졌지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태생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도드라졌다.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교향무곡〉에서도 곡이 요구하는 다양한 특성과 리듬이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표현되지 못했다. 라벨의 〈라 발스〉에서는 라벨 특유의 섬세함과 미묘한 변화들이 빠져 있었다. 직접적 화법과 직설적인 표현, 박진감 넘치는 진행이 마치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듣는 듯해 아쉬웠다.

정명훈은 국내외에서 대단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활동에 대한 걱정 중 하나가 공연의 질이 과연 보장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의 지명도 높은 음악가들이 소위 “한국이 낳은”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흥행몰이를 하는 데 급급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표가 팔리는 몇 안되는 클래식 음악가 중 하나인 정명훈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많은 청중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연주라면 최고 수준일 것이라 믿는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그가 지닌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러나 명성과 기대에 걸맞지 않은 연주가 되풀이될수록 그에 대한 실망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 또한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축제 공화국’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많은 축제들이 있다.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축제들도 대단히 많다. 그러나 외국의 유명 연주자를 불러들일 뿐 행사를 통해 한국의 연주자나 공연 단체의 성장 기반이 조성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조건으로 우리 연주단체가 외국에 초청되어 나가는 경우도 적으며, 창작된 작품조차 미미하다. 공연의 질이 해마다 높아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휘자 정명훈을 내세워 6년 동안 활동하지 않던 에이피오를 다시 불러 페스티벌을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취지도, 국내로 불러들이기만 할 뿐 외국 공연은 계획한 바 없는 에이피오의 활동도 이러한 우려를 더 크게 한다. 부디 정명훈과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인천&아츠페스티벌이 기존 국내 페스티벌들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내실 있고 실리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왕치선/클래식 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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