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김장훈, 괌 마라톤 5㎞ 완주해 8천달러 기부

등록 2007-11-11 21:18수정 2007-11-12 02:02

“뛸 땐 죽을 것 같았지만 ‘제2의 이봉주’ 된 기분”

초등학교 때 800m를 뛴 게 달리기 기록의 전부인 김장훈에겐 최악의 조건이었다. 수면 부족에 해도 뜨지 않은 새벽, 폭우, 바람까지. 게다가 장소는 이국땅인 괌.

김장훈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괌에서 열린 '제16회 PIC 괌 국제 단축 마라톤 대회(The 16th PIC Guam International Road Race)'의 5㎞ 부문에 도전했다.

그저 기록 도전이 목표가 아니다. 10m를 뛸 때마다 16달러씩 총 8천 달러를 적립, 괌에 있는 한글학교인 '꿈터'와 국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이레 공부방'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기부 차원이다.

그간 가출 청소년ㆍ역사 바로잡기ㆍ과학발전 등을 위해 30~40억원의 기부를 한 선행 베테랑 다운 '독특한' 발상이다.

김장훈은 야간 비행기를 타고 11일 이날 새벽 2시 괌 공항에 도착했다. 5㎞ 부문 출발 시간은 하프 코스 다음인 오전 5시45분.

"이렇게 잠도 안 자고 바로 뛰는 줄 글쎄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혹시 안 뛸까 봐 소속사가 이런 정보는 안 준거죠. 내~ 참."

대회를 위해 2주 전부터 헬스클럽에서 단기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밤을 새고 날아와 뛴다는 것은 40대 초반인 김장훈에겐 다소 무리. 전날 새벽 5시 약수터에서 뛰고, 오후에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달린 후 비행기를 탄 지라 하루 만에 세 번이나 뛰는 셈이 됐다. 동이 트지 않아 캄캄한데다, 습한 날씨에 폭우가 쏟아지고 때론 거센 바람도 일었다.


리조트 호텔인 PIC 앞 도로가 스타트 라인.

출발에 앞서 특유의 '발차기'를 몇 번 해보인 김장훈은 "솔직히 좀 두렵기도 하다. 완주를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면서도 "아이들 영양제인 '파워~'도 먹었다. 아자! 김장훈"이라며 두려움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이 대회에는 한국ㆍ일본ㆍ중국ㆍ미국ㆍ괌 등지서 온 약 1천 명의 참가자 중 '하이 서울 마라톤' 부문 우승자를 포함한 한국인도 150명 가량 참가했다.

이마에 태극기를 그린 머리띠를 하고 현지 교민 어린이 틈에 선 김장훈은 출발 총성과 함께 폭우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운동화에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뺨을 스치는 비는 신선했다. 어린 외국인 꼬마들이 '생~ 생~' 자신을 앞지르는 순간엔 자극도 됐다.

30여 분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동이 트고 비는 간간이 멎었다.

결승선 저 멀리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가슴에 '547번'을 단 김장훈이 '점'처럼 보였다. 혹시 쓰러지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한발 한발 내딛던 그는 카메라를 보자 씩 웃어주는 여유도 보였다. 기록은 37분30초. 이 부문 참가자 총 700명 중 350등. 완주자 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장훈은 "레이스 도중 배가 두 번 정도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며 "TV에서 마라토너들의 고통스런 얼굴을 보면서 '내 인생에서 저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해외까지 와서 이렇게 뛰고 있으니"라며 도전 과제를 마친 기쁨을 만끽했다.

스스로 "제 2의 이봉주가 된 기분"이라는 그는 "즐겁게 기부할 수 있다는 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한편 이번 대회 한국인 참가자 중 김광호(하프 부문 2등), 이범일(하프 3등), 이지욱(10㎞ 1등), 류성화(5㎞ 여자 부문 2등)가 3위권 내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괌=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