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땐 죽을 것 같았지만 ‘제2의 이봉주’ 된 기분”
초등학교 때 800m를 뛴 게 달리기 기록의 전부인 김장훈에겐 최악의 조건이었다. 수면 부족에 해도 뜨지 않은 새벽, 폭우, 바람까지. 게다가 장소는 이국땅인 괌.
김장훈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괌에서 열린 '제16회 PIC 괌 국제 단축 마라톤 대회(The 16th PIC Guam International Road Race)'의 5㎞ 부문에 도전했다.
그저 기록 도전이 목표가 아니다. 10m를 뛸 때마다 16달러씩 총 8천 달러를 적립, 괌에 있는 한글학교인 '꿈터'와 국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이레 공부방'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기부 차원이다.
그간 가출 청소년ㆍ역사 바로잡기ㆍ과학발전 등을 위해 30~40억원의 기부를 한 선행 베테랑 다운 '독특한' 발상이다.
김장훈은 야간 비행기를 타고 11일 이날 새벽 2시 괌 공항에 도착했다. 5㎞ 부문 출발 시간은 하프 코스 다음인 오전 5시45분.
"이렇게 잠도 안 자고 바로 뛰는 줄 글쎄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혹시 안 뛸까 봐 소속사가 이런 정보는 안 준거죠. 내~ 참."
대회를 위해 2주 전부터 헬스클럽에서 단기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밤을 새고 날아와 뛴다는 것은 40대 초반인 김장훈에겐 다소 무리. 전날 새벽 5시 약수터에서 뛰고, 오후에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달린 후 비행기를 탄 지라 하루 만에 세 번이나 뛰는 셈이 됐다. 동이 트지 않아 캄캄한데다, 습한 날씨에 폭우가 쏟아지고 때론 거센 바람도 일었다.
리조트 호텔인 PIC 앞 도로가 스타트 라인. 출발에 앞서 특유의 '발차기'를 몇 번 해보인 김장훈은 "솔직히 좀 두렵기도 하다. 완주를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면서도 "아이들 영양제인 '파워~'도 먹었다. 아자! 김장훈"이라며 두려움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이 대회에는 한국ㆍ일본ㆍ중국ㆍ미국ㆍ괌 등지서 온 약 1천 명의 참가자 중 '하이 서울 마라톤' 부문 우승자를 포함한 한국인도 150명 가량 참가했다. 이마에 태극기를 그린 머리띠를 하고 현지 교민 어린이 틈에 선 김장훈은 출발 총성과 함께 폭우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운동화에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뺨을 스치는 비는 신선했다. 어린 외국인 꼬마들이 '생~ 생~' 자신을 앞지르는 순간엔 자극도 됐다. 30여 분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동이 트고 비는 간간이 멎었다. 결승선 저 멀리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가슴에 '547번'을 단 김장훈이 '점'처럼 보였다. 혹시 쓰러지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한발 한발 내딛던 그는 카메라를 보자 씩 웃어주는 여유도 보였다. 기록은 37분30초. 이 부문 참가자 총 700명 중 350등. 완주자 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장훈은 "레이스 도중 배가 두 번 정도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며 "TV에서 마라토너들의 고통스런 얼굴을 보면서 '내 인생에서 저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해외까지 와서 이렇게 뛰고 있으니"라며 도전 과제를 마친 기쁨을 만끽했다. 스스로 "제 2의 이봉주가 된 기분"이라는 그는 "즐겁게 기부할 수 있다는 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한편 이번 대회 한국인 참가자 중 김광호(하프 부문 2등), 이범일(하프 3등), 이지욱(10㎞ 1등), 류성화(5㎞ 여자 부문 2등)가 3위권 내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괌=연합뉴스)
리조트 호텔인 PIC 앞 도로가 스타트 라인. 출발에 앞서 특유의 '발차기'를 몇 번 해보인 김장훈은 "솔직히 좀 두렵기도 하다. 완주를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면서도 "아이들 영양제인 '파워~'도 먹었다. 아자! 김장훈"이라며 두려움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이 대회에는 한국ㆍ일본ㆍ중국ㆍ미국ㆍ괌 등지서 온 약 1천 명의 참가자 중 '하이 서울 마라톤' 부문 우승자를 포함한 한국인도 150명 가량 참가했다. 이마에 태극기를 그린 머리띠를 하고 현지 교민 어린이 틈에 선 김장훈은 출발 총성과 함께 폭우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운동화에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뺨을 스치는 비는 신선했다. 어린 외국인 꼬마들이 '생~ 생~' 자신을 앞지르는 순간엔 자극도 됐다. 30여 분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동이 트고 비는 간간이 멎었다. 결승선 저 멀리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가슴에 '547번'을 단 김장훈이 '점'처럼 보였다. 혹시 쓰러지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한발 한발 내딛던 그는 카메라를 보자 씩 웃어주는 여유도 보였다. 기록은 37분30초. 이 부문 참가자 총 700명 중 350등. 완주자 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장훈은 "레이스 도중 배가 두 번 정도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며 "TV에서 마라토너들의 고통스런 얼굴을 보면서 '내 인생에서 저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해외까지 와서 이렇게 뛰고 있으니"라며 도전 과제를 마친 기쁨을 만끽했다. 스스로 "제 2의 이봉주가 된 기분"이라는 그는 "즐겁게 기부할 수 있다는 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한편 이번 대회 한국인 참가자 중 김광호(하프 부문 2등), 이범일(하프 3등), 이지욱(10㎞ 1등), 류성화(5㎞ 여자 부문 2등)가 3위권 내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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