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
새차 돋보기 / 제네시스 쿠페
‘또 하나의 제네시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선보인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차가 과거에 내놓았던 스포츠 쿠페 시리즈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투스카니, 티뷰론, 스쿠프 등 과거 현대차 스포츠 쿠페들이 모두 중소형 플랫폼에서 출발했다면, 제네시스 쿠페의 뼈대는 이보다 훨씬 크다. 현대차가 프리미엄급으로 내놓은 야심작 제네시스 플랫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명품 세단 제네시스와 짝을 이루는 명품 정통 스포츠 쿠페로 자리매김하려는 욕심이 잔뜩 묻어나는 대목이다.
25개월에 걸친 개발기간 동안 모두 1825억원을 쏟아부은 만큼 성능도 많이 개선됐다. 정통 스포츠 쿠페의 정석대로 뒷바퀴 굴림 방식(후륜 구동 방식)을 택했고, 차량의 전후 무게 균형을 잘 맞춘 것도 나무랄 데 없다. 여기에 더해 6개의 에어백과 세계 최고 수준의 브레이크 시스템이라 평가받는 브렘보의 레드컬러캘리퍼 제품이 장착된 것도 안전도를 높여줬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앞바퀴(225㎜)와 뒷바퀴(245㎜)의 폭을 달리한 것도 뒷바퀴의 접지력을 한층 강화했다.
차량 내부는 스포츠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운전석이 매우 낮은데다 일반 차량보다는 뒤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편이다. 스마트키를 누르자 엔진음이 낮게 깔려 차량 내부에 울려 퍼진다. 차츰 속도를 높였는데도 핸들은 상당히 묵직한 느낌을 줘 오히려 차량이 욕심껏 앞으로 달려나가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묵직한 핸들링은 안전성을 높이는 데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빠른 속도로 모서리를 돌 때나, 급하게 차로를 변경할 때도 차량은 안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앞뒤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최첨단 차체자세제어장치(VDC)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다.
수동변속기나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200 터보 모델에 견줘, 독일 제트에프(ZF)의 6단 자동변속기를 단 380 GT모델의 경우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갈 때의 쾌감은 훨씬 더 큰 편이다. V6 3.8 람다엔진을 탑재한 탓에 303마력에 최대토크가 36.8㎏.m에 이를 만큼 힘도 세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오디오. 세단형 제네시스 때부터 화제를 몰고왔던 최고급 스피커 시스템은 스포츠 쿠페와 만나 그 위력을 한층 더해주는 편이다. 앞으로 달려나가는 차량의 속도감과 차량 내부에 고루 퍼지는 음악소리의 울림이 묘한 어울림을 이루는 탓이다.
혹시라도 때를 잘못 타고난 명품의 운명은 아닐까? 지난달 출시된 후 한 달 동안 제네시스 쿠페 계약 물량은 1000여대.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친다는 아우성이 요란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판단 유보 상태’의 성적표다. 나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200 터보모델의 판매가격은 2320만~2942만원(5단 자동변속기 구입시 170만원 추가), 380 GT 모델의 판매가격은 3042만~3392만원(6단 자동변속기 구입시 215만원 추가)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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