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대출해준다는 얘길 듣고 그냥 웃고 말았다. 정부가 대출을 많이 해준다고 해도 금융권에 가면 요구사항이 많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받아도 여전히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갚기도 막막하다.”(이아무개 여행업체 대표)
정부가 23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외 업종을 위해 9조4천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대출·융자로 구성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총 12조7천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방안’을 내놨는데, 이 가운데 소상공인 지원 대책은 10조8천억원 규모로 손실보상금 확대 1조4천억원과 손실보상 제외 업종 지원 9조4천억원으로 나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 확보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고,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추가 대책을 약속한 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손실보상금 하한액(10만원)은 유지한 채 예산 부족분만을 채웠고, 손실보상 제외 업종 지원은 대부분 금융 지원에 그쳤다.
손실보상 제외 업종 가운데 ‘인원·시설운영 제한’을 받은 업종에는 연 1.0% 금리로 최대 2천만원까지 대출해준다. 동시 이용을 제한 받은 결혼식장, 장례식장, 경륜·경정·경마장, 전시회·박람회, 마사지업소, 실외체육시설 등과 시설 이용이 제한된 숙박시설, 사적모임 제한을 받은 여행업 등이다. 이들 업종의 소상공인 10만명에게 2조원을 저금리로 빌려줄 계획이다.
또 코로나 특례보증 대상을 중·저신용 일반업종에서 중신용 영업금지·제한·경영위기업종까지 확대한다. 또 저신용 특별피해업종 융자도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에서 5등급 이하로 확대하고, 한도도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용유지 연계 융자 한도도 2천만원으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2조원의 대출이 지원된다. 내년에는 저신용 대상 희망대출(7천억원)의 지원 대상을 인원·시설이용 제한 업종까지 확대하고 대출 금리도 낮출 계획이다.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기금 융자 역시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깎아줄 계획이다. 이를 통한 금융지원은 4조3천억원 규모다. 또 내년 3월말까지 원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정책자금 대출은 상환 유예 또는 만기를 연장해줄 계획이다.
이 같은 금융 지원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총 8조9천억원으로 손실보상 제외업종 지원 전체 규모의 94.7%다. 반면 직접 지원 규모는 크지 않다. 손실보상을 받은 80만명과 인원·시설이용 제한 업종 가운데 매출이 줄어든 14만명을 대상으로 올해 12월과 내년 1월에 전기료 50%, 산재보험료 30%를 지원하는데 1880억원이 투입된다. 또 공연분야 보조 인력 4천명 채용을 지원하고, 실내외 체육시설(5만5천곳)과 결혼·장례식장 등에는 소독·방역물품을 지원한다. 이에 1천억원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밖에 매출 회복을 위해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1조1천억원)과 온누리상품권(4천억원) 등의 올해 발행 목표액을 서둘러 달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수조원을 지원한다지만 대부분 대출과 융자여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제대로된 지원을 하려면 손실보상 업종은 보상률을 현재 80%를 100%로 올리고, 제외업종에 대해서도 50%나 80% 정도로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논평을 내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까지 포기하며 방역에 협조했는데도 인원, 시설 제한 업종이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현금성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대출 방안만이 발표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 “정당한 손실보상이 아닌 대출로 연명하라는 정부의 대책에 손실보상 제외업종의 상실감은 큰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지속적으로 수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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