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8월 시작된 금리 인상이 8개월만에 네 차례 단행(1%포인트 인상)되면서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직전 수준보다 더 높은 연 1.50%에 이르렀다. 뜀박질하는 기준금리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 등의 빚 상환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5월 역대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세 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2월 말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벽마저 뚫자 한은이 돈줄 죄기 속도를 올린 모양새다. 앞선 금리 인상 결정 때마다 동결 소수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있었으나 이번 회의에선 6명 위원 모두 인상 의견을 낸 까닭이다.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금리 인상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총재 공석임에도 금리 인상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이주열 전 총재의 퇴임에 따라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 부재 속 금통위’라는 이례적 상황에도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가 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과다·중복 채무자와 같은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채 비율이 높고 영업 실적이 부진한 한계 기업들도 부실 위험에 빠질 여지가 크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네 차례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평균 이자 부담이 연간 13조원 더 늘 것으로 추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