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개월 새 기준금리를 0.5%에서 1.5%로 끌어올리면서 차주 1인당 연간 대출 이자가 65만5천원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 차주보다 대출액이 약 3배 많은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금리가 4차례(누적 1.00%포인트 인상) 오르면서 차주 1인당 연간 대출 이자액은 평균 306만8천원에서 372만3천원으로 65만5천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콜금리,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금리에 순차적으로 파급된다. 만약 보유한 대출이 변동금리인 차주라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전체 가계대출의 74.2%가 변동금리라고 보고 이자 규모를 추산했다.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이 느끼는 금리 인상 부담은 훨씬 클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5천만원으로, 비자영업자(9천만원)의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벌써 빚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전체 467만 자영업 가구 중 16.7%(78만 가구)는 작년 말 기준으로 이미 적자 상태라고 밝혔다. 적자 가구는 소득에서 필수 지출과 대출 상환액을 뺀 값이 마이너스(-)인 경우를 뜻한다. 이들 자영업 적자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원으로 전체(자영업 가구 금융부채)의 36.2%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부채도 위험하다. 기업들도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대출 이자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이 약 4%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한 해 영업이익과 그 해 갚아야 할 이자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은 이날 ‘전환기 경제환경 변화와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 경제의 과제’ 정책포럼에서 “국내 경제가 부동산 가격 급등, 높은 물가상승률, 빠른 부채 증가 등으로 저성장·고물가·고부채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중국 경제 부진이 겹치면 한국 경제가 최악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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