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57% ‘탈루’

등록 2006-03-20 19:19수정 2006-03-21 00:53

국세청, 422명 탈세 적발 1094억 추징
예식장 등 ‘재산가형’ 탈루율 74%나
서울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박아무개(62)씨는 2003년 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53억원의 이익을 냈다. 손님들은 대부분 하객들이 낸 축의금으로 예식비와 피로연장 사용료를 치렀다. 어쩌다 신용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고객에겐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요구했기 때문에, 박씨 수입은 대부분 현금이었다. 박씨는 소득 53억 가운데 33억원만 세무서에 신고했고, 나머지 탈루소득 20억원은 부인 명의로 다른 예식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는 데 썼다. 최근 5년 동안 박씨의 재산은 68억원이나 늘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신고한 박씨는, 사우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55)씨에 비하면 ‘성실 납세자(?)’에 속한다. 김씨는 손님들이 사우나의 입장료와 기타 부대시설 사용료를 대부분 현금으로 낸다는 점을 이용해 소득의 대부분을 신고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벌어들인 순소득 27억6천만원 가운데 1억2천만원만 신고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사우나 운영비도 안되는 4.4%만 수입액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95.6%는 따로 빼돌렸다. 국세청은 최근 김씨의 탈루 혐의를 조사해 소득세 등 모두 13억7천만원을 추징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일부 성실 신고자를 빼면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도 채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20일 “탈세 혐의가 포착된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을 선정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2년 동안 벌었다고 신고한 2286억원 외에 탈루소득 3016억원을 추가로 적발해 1094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개인 평균으로 치면, 한해 동안 6억3천만원을 벌어 2억7천만원만 신고하고 나머지 3억6천만원(소득의 56.9%)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셈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로 1명당 평균 2억6천만원을 추징했다. 이번 조상대상은 예식장이나 사우나,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재산가형’이 97명,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172명, 유흥업소나 도매업 등을 하는 기타 직종 153명이었다.

탈세가 부의 양극화 심화=한상률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 분석 결과, 탈루한 소득이 부동산 등 재산을 불리는 자금으로 사용되는 등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422명의 소득과 소비, 재산의 변동을 살펴보니, 소비 수준의 변화는 거의 없고 탈루 소득이 곧바로 재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422명의 총보유 재산규모도 1995년 5681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5897억원으로, 10년 동안 1조216억원이나 늘었다. 한상률 국장은 “부동산 가치상승분을 빼더라도 다른 재산이 6천억원 늘었고, 국세청이 파악하지 못하는 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실제 증가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 “자영업 과세정상화가 핵심 과제”=국세청은 이번 표본조사에 이어 2차로 20일부터 부동산업, 고급음식점, 골프연습장, 대형숙박업소, 고시학원 사업자 등 31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표본조사 결과 이런 ‘재산가형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율은 무려 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내용을 분석해 의사·변호사·세무사·건축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과 분야를 2~3개씩 선정해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세청은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평과세와 소득 양극화 해소라는 두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이는 국세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온 올해 핵심 과제일 뿐 아니라, 이주성 국세청장도 임기 안에 해결하고자 하는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