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로비스트’ 김재록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증축 인·허가 과정의 비리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센터(사진 왼쪽). 이 건물은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부지에 본관(사진 오른쪽)과 같은 높이의 21층 쌍둥이 빌딩으로 증축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기업 연구시설은 심의상정 ‘이중기준’
건규부에 규칙개정 요청 등 ‘상당한 관심’
건규부에 규칙개정 요청 등 ‘상당한 관심’
현대·기아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연구센터 증축 인·허가 과정의 로비 의혹을 내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히면서, 증축 허가를 내준 서울시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거치지 않아=이곳은 상업지역이기는 하지만 본래 유통업무설비만 들어설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유통업무설비만으로 용도를 한정한 것은 유통업무설비의 경우 물류량이 많아 주변 지역의 교통 등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에 다른 용도의 건물을 지으려면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도시계획시설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양재동 현대차 본사 연구센터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위촉해 용도변경·도시계획시설 변경 등 중요한 결정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는 심의기구다.
궁색한 서울시 해명=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가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유통업무시설 용지에 유통업무설비뿐 아니라 유통과 관련된 연구시설도 들어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건교부 규칙 개정에 따라 용도변경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경미한 변경’에 해당돼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근거로 서울시는 양재동 연구센터에 대한 의혹을 건설교통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서울시는 건교부 규칙이 개정된 이후인 2005년 1월에야 현대차 쪽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6년 3월 양재동에 다른 기업인 엘지에서 연구센터를 지으려 하자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심의를 받게 했다. ‘이중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일사천리 인·허가=건설교통부의 규칙 개정에 앞서, 서울시가 양재동에 연구센터가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한 점도 눈에 띈다. 건설교통부가 ‘도시계획시설 규칙’을 개정한 것은 2004년 12월3일이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훨씬 앞선 2004년 3월부터 양재동에 유통업무설비와 연구시설을 중복해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서초구청에 요청했다. 이어 2004년 5월7일엔 서울시 시설계획과도 건교부에 유통업무설비 내 연구시설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칙 개정 사흘 만인 2005년 12월6일엔 서울시는 또다시 건교부에 “자동차 매매업 및 도매업에 제공되는 사무소 또는 점포에 연구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건교부의 규칙 개정과 별도로, 서울시가 현대차 연구센터 증축에 기울인 비상한 관심과 노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조혜정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