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참고인은 안될 것"…17일 전후해 소환할 듯
현대차 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가 8일 귀국한 정몽구 회장의 비리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해 수사가 급진전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비리 등에 연루된 정황을 확보했음에도 직접 조사는 최대한 신중하게 한다는 방침이어서 소환은 당초 예상보다 늦은 이달 17일을 전후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이 이날 새벽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모른다고 말하는 등 비리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투로 발언한 것과 관련, 사법처리에 필요한 수사 단서를 이미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채 기획관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비자금은) 원래 비밀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을 것이다"며 정 회장의 발언에 개의치 않고 내부적으로 준비한 수사 단서와 근거를 토대로 수사할 계획임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정 회장이 "(김재록씨와) 지나가다 악수나 할 정도"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악수는 아무하고나 하겠느냐"며 정 회장이 김씨의 로비의혹에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물증이 있음을 암시했다.
채 기획관은 이날 오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정 회장을 소환한다면) 단순 참고인은 되지 않을 것이며 조사할 양이 많으면 한 두 차례 더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강도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장이 검찰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귀국한 점을 감안해 당장 출금조치하거나 아들인 정의선 사장과 동시에 부르지 않고, 소환 시기도 현대오토넷 회사 관계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주 말이나 그 다음주 쯤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의 물류전문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통한 정회장 일가의 편법 재산증식을 문제삼아 참여연대가 고발해올 경우 기존 사건과 병합해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밤 늦게까지 정 회장의 귀국에 대비해 수사준비를 한 데 이어 이날도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한편 현대오토넷에서 압수해온 자료들을 정밀분석했다.
한편 채 기획관은 현대차 수사가 다른 기업 수사보다 강도 높게 진행된다는 견해에 대해 "현대차 사건은 내부 제보 등 확실한 압수수색 단서가 있었고 압수수색으로 성과를 거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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