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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차 ‘검은 현금’ 전달 장소도 주차장

등록 2006-04-16 09:08수정 2006-04-16 11:11

돈세탁 능력 있으면 수표 전달…소액은 사무실서 거래
금품 종류와 규모 따라 전달 방법과 장소 차별

41억6천만원의 `검은 돈'을 살포해 550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은 현대차그룹은 로비 대상에 따라 돈의 규모와 전달 방법을 달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그룹은 2001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브로커인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씨에게 로비자금과 성과급으로 41억6천만원을 건네줄 당시 현금 외에 계좌추적이 쉬운 수표까지 제공했다.

전달 방법 및 금품 종류를 보면 22억8천만원은 자기앞수표, 2억원은 온라인 송금, 16억8천만원은 현금이었다.

전달장소는 금액에 따라 `격(格)'을 둬 소액은 사무실, 거액은 재벌들이 `검은 돈'의 뒷거래 장소로 애용해온 주차장을 선택했다.

자기앞수표 전달이나 계좌 입금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좌추적에 들어가면 금방 들통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좀처럼 활용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과감하게 10억3천만원과 12억5천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김씨에게 각각 전달했다.

`무모한 금품살포'의 이면에는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씨가 돈세탁에 능한 전문가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으로 꼽히는 한 검사는 "비자금의 일부인 수표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던 현재차 그룹으로서는 회계사인 김씨가 능수능란하게 수표를 세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표를 지급하고 온라인 송금까지 했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또 다른 검사는 "현대차그룹이 쇼핑센터 등에서 고액권을 10만원권 수표로 바꾸는 등 나름의 세탁작업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이 이처럼 고액권 수표를 로비스트에게 제공하는 무모함을 보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느 재벌 못지 않게 치밀하고 신중한 태도도 보였다.

현금 살포 장소는 금액에 따라 마포의 안건회계법인 김씨 사무실이나 주차장으로 각각 구별됐다.

3천만원이나 5천만원 등 `007가방' 하나에 들어갈 만한 액수의 돈은 자기앞수표를 줄 때와 마찬가지로 김씨 사무실이, 2억원이 넘는 거액의 금품은 주차장이 전달장소로 활용됐다.

재벌들이 통상 거액의 현금 정치자금 제공이나 로비자금 전달 등에 흔히 활용했던 주차장을 현대차그룹도 이용했던 것이다.

삼성그룹이 1997∼98년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측에 대선자금을 전달한 곳도 주차장이고 권노갑씨가 2000년 3월 자금관리인 김영완(외국체류)씨로부터 현대측 돈 200억원을 받은 곳도 주차장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차의 재경사업부장 김모씨는 안건회계법인 건물 지하주차장이나 현대차 본사 주차장에서 김씨를 만날 때마다 3천만∼5천만원씩 모두 2억원 가량이 담긴 `007가방' 여러 개를 김씨 차에 실어줬다.

주차장은 상대방 차 트렁크에 신속하게 실어주는 것이 가능한 데다 차량 왕래가 잦아 수상하게 쳐다보는 눈길도 적기 때문에 `애용'됐다.

현대차그룹은 금품의 액수와 브로커 직업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현금과 수표를 사무실과 주차장에서 전달하고 온라인 송금까지 하는 등 나름대로 치밀한 작전을 세워 이행했지만 검찰의 수사망을 뚫지는 못했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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