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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명예훼손 배상” 판결이후 포털 ‘전전긍긍’

등록 2007-05-21 16:58수정 2007-05-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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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굳어지면 ‘상당 영향’, 최종심까지 갈듯
지난 18일 인터넷 공간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판결이 선고됐다. 포털의 명예훼손 책임성 여부를 놓고 지루하게 진행되온 논란에 법원이 ‘중요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명예훼손 방치한 포털, 피해자에 손해배상 하라


김아무개씨는 2005년 “허위 사실이 인터넷 포털에 퍼지면서 큰 피해를 봤다”며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 사이트 네 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김씨의 여자친구는 200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이 김씨 때문’이라는 글을 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다. 이 글에 대해 누리꾼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자 인터넷 신문과 몇몇 중앙 일간지는 김씨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이를 기사화했다. 포털이 이 기사를 올리자 몇몇 누리꾼들은 김씨의 이름과 학교, 회사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정확히 밝힌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김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폭주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김씨는 회사와 야간대학을 그만두고 살던 집까지 옮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영룡)는 판결문에서 “기사에는 김씨의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숨진 여자친구의 실명과 미니홈피 주소 등을 통해 김씨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포털들은 김씨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누리꾼들이 댓글로 김씨를 비방하도록 방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포털은 기사 제목을 변경하기도 하고, 댓글을 쓰는 공간을 만들어 여론 형성을 유도하기도 하는 점, 여러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올리기에 그 영향력이 기사 작성자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포털이 단순한 전달자에 그쳐 기사 내용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네이버(NHN)·다음·야후·SK커뮤니케이션즈가 1600만원을 원고 김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댓글 명예훼손 포털에 배상 책임’ 판결이 나오자 포털과 포털을 견제해온 진영 사이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포털 쪽은 “억울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그간 끊임없이 ‘포털의 책임없는 권력’을 지적해온 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쌍수를 들어 반기고 있다.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질 경우, 향후 포털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할 범위가 매우 광범해지기 때문에 포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해 최종심까지 갈 확률이 높아보인다.

재판부 “포털 사실상 언론”

법원은 판결문에서 그간 논란이 되고 있을 뿐 법적 판례가 없어 소모적 공방이 지속되던 ‘포털의 책임성’에 대해 ‘기준선’을 그었다. 법원은 ‘포털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거를 나열했다.

판결문에는 법원이 포털에 대해 언론사와 별도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논거가 나타나 있다.

△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기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 점
△ 댓글이나 지식문답을 통해 기사 자체의 내용을 넘어서는 정보교환 또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한 점
△ 기사 제공자인 언론사와의 계약이 있더라도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
△ 운영자가 편집판에 올리기 위하여 기사 내용을 검토·분류하여, 주요하게 배치한 점

‘바로잡습니다’ 없는 포털
‘바로잡습니다’ 없는 포털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포털은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에서도 현실세계의 위법성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포털은 뉴스와 댓글, 검색 통해 명예 훼손적 표현물 위치를 알려주는 등 명예훼손 확산에 대해 책임 있으므로 불법 게시물 게재에 대해 피해확산과 방지의 주의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검색결과에 차등 및 금칙어 설정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포털의 책임을 광범하게 물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명예훼손의 근거로 네이버의 ‘지식검색’의 예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뉴스에 붙은 댓글뿐만 아니라 검색에 의한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논쟁의 배경에는 포털이 단순한 ‘정보 전달자’인가, ‘편집 기능의 언론’인가 하는 쟁점이 숨어있다. ‘음란물’이 실린 편지나 발행물을 ‘배달’하는 우편집배원에게 ‘음란물 게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라는 게 그동안 포털이나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논리였다. 포털은 언론사와의 계약에 의해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를 ‘게시’할 뿐이라는 ‘우편집배원’의 입장이라고 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잇따르는 사회적 여론이나 법원의 판단은, 포털을 단지 ‘우편집배원’과 동일시 하지 않는다.

포털이 ‘실질적인 편집 기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언론’이라는 게 법원 판결에서 잇따라 인정되고 있다.

포털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목도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 하는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포털을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으로 못박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털은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으나, 언론사들로부터 전송받는 기사들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속보성, 정보성, 화제성 등의 편집기준에 따라 중요도를 판단하여 ‘편집판’이라 불리는 주요화면에 배치한다”며 ‘편집’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했다.

그동안 포털은 “우리들은 기사를 ‘편집’하지 않고 ‘배열’만 한다”고 주장해온 점과 크게 상반되는 내용이다.

포털업계는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포털의 홍보담당자는 “언론사로부터 받은 기사에 대해 사실 여부를 일일히 확인해야 한다면 우리가 데스킹을 봐야 한다는 소리”라며 “만약 이런 판결이 굳어진다면 사실상 뉴스 사업을 접어야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포털, “우리는 최선 다해왔다”

소송의 피고였던,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등은 “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는 하지만 항소심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또다른 포털의 홍보담당자는 “대부분 항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전여옥 한나라당의원이 네이버와 〈노컷뉴스〉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명백히 오보였던 기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명백한 사실보도를 포털에서 서비스 했을 때, 여기에 붙은 댓글·지식검색들의 총체적 서비스 자체가 명예훼손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포털이 체감하는 긴장도는 훨씬 높다.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 홍보팀의 이경률 과장은 “네이버만 해도 한 해 200억의 비용을 모니터링 비용에만 투자한다”며 “그동안 사회적 책무를 지기 위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올 1/4분기 네이버의 매출액은 1996억원, 영업이익은 856억원을 기록했다. 포털의 모니터 비용은 적지 않지만, 이익 규모는 더욱 엄청난 현실이다.

현재 포털은 임의로 판단해 댓글을 차단하거나 삭제한다. 다음의 경우 명예훼손이 명백하거나 사생활 침해가 있는 우려가 있을 경우. 개인의 요청이 아니라 포털 실무자의 판단으로 차단하거나 삭제한다. 한 포털 홍보담당자는 “댓글 서비스를 차단할 계획은 없고, 모니터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포털에 권력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홍보팀의 이경률 과장은 “명예훼손이 명백한 경우와 악성댓글이 많은 경우에는 차단하고, 본인 요청으로도 차단한다”며 “최근 댓글 개편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포털이 자초한 일”

이번 판결에 대해 포털의 책임성을 요구해온 진영은 반색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며 “판결을 계기로 포털은 스스로 문제점을 고치고, 이용자 보호와 공정한 인터넷미디어 경제가 실현되도록 강력한 의지를 담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털 견제’를 주장해온 변희재 빅뉴스 대표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를 통해 “만약 포털들이 항소를 한다면 지금과는 질적으로 다른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며 “포털들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뉴스서비스를 계속 하려 한다면 기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 대표는 “이번 판결기사도 네이버와 다음에서 3~4시간 정도 관련기사 묶음 없이 노출했고, 네이트와 야후는 노출조차 하지 않았다”며 “포털처럼 문어발식 사업을 하는 곳에서 언론권력까지 가지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도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희완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이번 판결은 그 동안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들을 스스로 고치지 못했던 포털이 자초한 일”이라며 “포털이 항소를 하더라도 그 전에 댓글과 같은 서비스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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