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유가 속에 올 한 해 서민들이 강력하게 원했던 유류세 일괄 인하가 무산됐다.
13일 고유가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정부와 대통합 민주신당간의 정책협의에서 정부는 "세금을 깎아 고유가에 대처하는 나라는 없다"는 기존 논리를 강경하게 고수하며 소득.소비 상태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유류세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유류세 인하 대신 제시된 난방용 연료의 탄력세율 적용방안은 실행되더라도 국민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미미해 서민들은 결국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은 사상 유례없는 유가 폭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할 형편이다.
◇ '언발에 오줌누기'
고유가로 인해 서민층의 고통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 정부가 유류세 인하 대신 들고 나온 카드는 탄력세율 적용을 통한 난방용 유류세 인하다.
김진표 신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등유와 LPG(액화석유가스) 프로판, 취사.난방용 LPG 등 동절기 난방용 유류에 탄력세율 30%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미 발표된 등유 판매부과금 폐지방안과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한 수도광열비 지원액을 현행 매월 7만원에서 내년부터 8만5천원으로 인상하고 그간의 유가 인상분을 감안해 난방비 7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 농업용 면세유의 원활한 공급 확대방안 등도 대책에 포함됐다.
이런 조치들이 시행되면 난방용 유류세와 부과금 인하로 5천86억원, 농업용 면세유 공급확대로 2천637억원, 광열비 지원 확대로 1천494억원 등 모두 1조775억원의 지원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추산이다. 하지만 고유가 부담을 크게 지고 있는 서민층에게는 산발적으로 시행되는 1조원 짜리 지원 정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해 부담완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난방유 세금만 봐도 등유의 경우 ℓ당 90원이 붙던 특별소비세가 63원으로 27원 내리며 LPG 프로판 및 가정용 LPG는 kg당 현행 40원에서 28원으로 12원 내리는데 그치는 데다 그나마도 동절기에만 지원된다. 정부의 '생색내기'는 단순히 인하폭이 작다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 내부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연초부터 프로판가스의 특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해왔지만 재정경제부는 "세금을 내려봐야 인하폭도 얼마 안되고 그나마 유통마진으로 흡수된다"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다며 거부됐던 방안이 불과 몇 달만에 '서민층 부담 경감대책'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 실효성.논리 부족한 백화점식 대책도 지원효과가 미미한 난방용 연료 관련 세금의 일시 인하 외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가운데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논리가 떨어지는 대책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난방용 심야전력 요금을 20% 할인하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됐지만 심야전력은 과도하게 불어난 수요로 석탄과 가스 등 기저발전 외의 설비까지 가동함에 따라 요금이 원가의 5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01년 이후 누적적자가 2조원에 이르는 탓에 64%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대폭 올려야 할 가격을 크게 깎아주는 셈이다. 유류세 일괄 인하 대신 ℓ당 23원인 등유 판매부과금을 폐지한다는 정책도 논리 타당성이 떨어진다. 정부의 일반적 재원으로 쓰이는 유류세와 달리, 유류 판매부과금은 에너지특별회계(에특회계)로 들어가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예특회계는 주로 석유.가스 등 해외 자원개발은 물론, 시급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급, 에너지 절약시설 등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장려해야 할 정책사업의 투.융자 재원으로 쓰이는 돈이다. 기름 소매값 인하를 위해 정부 정책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셀프 주유소 활성화는 이번에도 포함됐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름을 넣으려는 문화를 문제로 꼽지만 차가 몰리는 도시의 중.소형 주유소에서는 자가 주유가 일반화돼있지 않고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는 점, 그리고 정유.주유업계가 설비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는 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LPG 경차의 허용도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LPG 역시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LPG차의 연비는 기존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 ◇ 유류세 인하, 국회 몫으로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세금을 깎는 나라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2001년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25% 올랐지만 국민소득이 40% 가량 늘었다는 점 등을 유류세 인하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소득을 감안한 유류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현실적 이유나 교통세 자체가 한시 목적세였으며 외환위기 당시 재정 충당 등의 목적으로 세 부담이 크게 올랐던 점에서 조세 민주주의 차원에서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 땅이 없었다. 한마디로 아직은 '국민이 견딜만 하니 몸으로 견디라'는 게 정부의 메시지다. 하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거부했다고 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36일 앞둔 상태에서 대통합 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모두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과도한 유류세 인하를 위한 의원입법도 추진되고 있는 상태여서 이날 정부의 세 인하 거부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김진표 정책위 의장은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서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휘발유, 경유 탄력세율 제도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이 같은 시기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재경위 세법 심사를 통해 계속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해 차후 이 문제가 다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런 조치들이 시행되면 난방용 유류세와 부과금 인하로 5천86억원, 농업용 면세유 공급확대로 2천637억원, 광열비 지원 확대로 1천494억원 등 모두 1조775억원의 지원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추산이다. 하지만 고유가 부담을 크게 지고 있는 서민층에게는 산발적으로 시행되는 1조원 짜리 지원 정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해 부담완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난방유 세금만 봐도 등유의 경우 ℓ당 90원이 붙던 특별소비세가 63원으로 27원 내리며 LPG 프로판 및 가정용 LPG는 kg당 현행 40원에서 28원으로 12원 내리는데 그치는 데다 그나마도 동절기에만 지원된다. 정부의 '생색내기'는 단순히 인하폭이 작다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 내부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연초부터 프로판가스의 특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해왔지만 재정경제부는 "세금을 내려봐야 인하폭도 얼마 안되고 그나마 유통마진으로 흡수된다"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다며 거부됐던 방안이 불과 몇 달만에 '서민층 부담 경감대책'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 실효성.논리 부족한 백화점식 대책도 지원효과가 미미한 난방용 연료 관련 세금의 일시 인하 외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가운데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논리가 떨어지는 대책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난방용 심야전력 요금을 20% 할인하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됐지만 심야전력은 과도하게 불어난 수요로 석탄과 가스 등 기저발전 외의 설비까지 가동함에 따라 요금이 원가의 5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01년 이후 누적적자가 2조원에 이르는 탓에 64%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대폭 올려야 할 가격을 크게 깎아주는 셈이다. 유류세 일괄 인하 대신 ℓ당 23원인 등유 판매부과금을 폐지한다는 정책도 논리 타당성이 떨어진다. 정부의 일반적 재원으로 쓰이는 유류세와 달리, 유류 판매부과금은 에너지특별회계(에특회계)로 들어가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예특회계는 주로 석유.가스 등 해외 자원개발은 물론, 시급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급, 에너지 절약시설 등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장려해야 할 정책사업의 투.융자 재원으로 쓰이는 돈이다. 기름 소매값 인하를 위해 정부 정책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셀프 주유소 활성화는 이번에도 포함됐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름을 넣으려는 문화를 문제로 꼽지만 차가 몰리는 도시의 중.소형 주유소에서는 자가 주유가 일반화돼있지 않고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는 점, 그리고 정유.주유업계가 설비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는 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LPG 경차의 허용도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LPG 역시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LPG차의 연비는 기존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 ◇ 유류세 인하, 국회 몫으로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세금을 깎는 나라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2001년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25% 올랐지만 국민소득이 40% 가량 늘었다는 점 등을 유류세 인하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소득을 감안한 유류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현실적 이유나 교통세 자체가 한시 목적세였으며 외환위기 당시 재정 충당 등의 목적으로 세 부담이 크게 올랐던 점에서 조세 민주주의 차원에서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 땅이 없었다. 한마디로 아직은 '국민이 견딜만 하니 몸으로 견디라'는 게 정부의 메시지다. 하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거부했다고 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36일 앞둔 상태에서 대통합 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모두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과도한 유류세 인하를 위한 의원입법도 추진되고 있는 상태여서 이날 정부의 세 인하 거부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김진표 정책위 의장은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서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휘발유, 경유 탄력세율 제도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이 같은 시기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재경위 세법 심사를 통해 계속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해 차후 이 문제가 다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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