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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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하나로텔레콤에 1일부터 8월9일까지 40일 동안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정지하고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위탁업체에 제공했고, 동의받은 목적과 다르게 텔레마케팅에 활용했으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무단으로 하나포스닷컴에 가입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통신업체의 고객 개인정보 유용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도 높은 제재”라고 강조했다. 하나로텔레콤도 “너무 과도한 제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경찰 쪽의 평가는 다르다. 시민단체와 경찰 쪽은 먼저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제3자에게 제공’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의아해한다. 가입자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은 동의 없는 위탁에 비해 처벌이 무겁다. 가입자의 동의를 받는 방법도 위탁이 제3자에게 제공보다 간편하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문형)는 “방통위 판단은 무면허 운전자에게 신호 위반 딱지를 발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위탁 동의를 받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업정지를 ‘40일’로 정하고, 영업정지 내용을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작정하고 봐줬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하나로텔레콤과 같은 행위를 한 통신업체는 ‘허가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는’ 처벌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방통위 제재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방통위가 영업정지 내용을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로 제한하면서 40일 영업정지의 제재 효과를 떨어트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방통위가 영업정지 내용을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로 좁힘으로써 하나로텔레콤이 영업정지 기간에도 대리점 직원 등 제3자 이름을 빌려 가개통했다가 명의를 바꿔주는 방식으로 가입자 모집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 업체들과 스카이라이프도 이런 방법으로 영업정지 기간에도 가입자를 모았단다. 기존 가입자를 결합상품으로 전환시키는 영업도 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이용자들은 그동안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다른 통신·인터넷 업체들이 고객이나 회원 개인정보를 유용하거나 유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나로텔레콤 가입자 개인정보 침해 행위에 대한 방통위 제재 내용을 새삼 곱씹어보는 이유는, 이것이 방통위가 꿴 ‘첫 단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다음 단추 역시 잘못 끼울 수밖에 없다. 통신·인터넷 업체들의 가입자나 회원 개인정보 유용과 유출 행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하나로텔레콤의 사례에서도 보듯, 이들은 경찰과 방통위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더니 아니네. 하긴 사람이 바뀌지 않았는데 크게 달라질 게 있겠어.” 한 통신업체 임원의 얘기다. “솔직히 긴장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더니 아니네. 하긴 사람이 바뀌지 않았는데 크게 달라질 게 있겠어.” 한 통신업체 임원의 얘기다. “솔직히 긴장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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