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가 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3% 성장을 전망했는데 세 달 만에 기대치가 훌쩍 높아졌다. 코로나19로 부진했던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1년 동안 지속한 저금리 기조의 변화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한은은 연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며 긴축 신호를 점점 내비치고 있다.
한은은 27일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4%로 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공개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6%(전분기 대비)로 좋은 결과를 나타내자 한은의 전망치 수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조정된 수치는 3% 중후반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만약 우리 경제가 올해 4% 성장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4% 성장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숫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남은 분기(2~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7~0.8%씩 나오면 연 4%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백신 접종이 하반기 들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로 성장률을 전망했다. 올해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기계류 등의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9.0%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바라봤다. 지난 2월에는 상품수출 전망치가 7.1%였는데, 긍정적인 흐름이 더 강해졌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전망치도 5.3%에서 7.5%로 수정했다.
얼어 붙었던 소비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된 대면 서비스와 의복 등 외출 용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5%로 기존 전망(2.0%)보다 높였다.
경기가 반등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사상 최저인 연 0.5%로 기준금리를 내린 후 1년째 동결이다. 하지만 저금리는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이례적인 조치로 경제가 살아난 후에도 유지하면 가계부채 급증, 인플레이션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갑자기 올리면 겨우 살아난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하면서 경제 활동 정상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딜레마를 고려해 한은은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시장에 긴축 신호는 던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회복세를 지속시키면서도 금융 불균형 누적을 방지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아야 하지만, 또 늦지 않아야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 경제와 금융 안정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어떻게 질서있게 조정할지가 중요한 과제이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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