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 돈 굴리기│펀드 재설계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어닥친 지 1년여, 직접 주식투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다양한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면서 적립식 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이 대세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한쪽에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불확실한 증시에서 기존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와 보유 중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환매한 뒤, 신규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적절한 선택일까? 계속 보유한다면 펀드 위험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펀드 환매해야 하나?=주가 전망과 관계없이, 현 시점은 투자자산 비중을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특히 주식형 펀드에 지나친 비중을 두지 말라는 것. 국내 주식형에 투자가 50% 이상 몰려있으면 일부를 환매해 국외 주식형이나 에너지 펀드 등 틈새상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 전체 투자자산의 10%가 주식형에 투자돼 있다면, 5%는 국내 주식형, 5%는 틈새상품에 나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외 펀드를 고를 땐, 특정국가 투자형 보다는 여러 나라에 나눠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가 더 안정적이다.
환매를 결정하기에 앞서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환매 수수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만기 및 수수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 펀드에는 은행·보험 상품 등에 있는 ‘만기’가 없으며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있을 뿐이다. 환매수수료는 펀드 투자 시작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고 돈을 찾으려는 고객에게 부과하는 벌칙성 수수료로, 대개 90일이 기준이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90일이라면, 1월말 넣은 돈을 4월말 이후 되찾을 땐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적립식 펀드 가입시 ‘만기가 3년’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건 최초 가입 뒤 3년이 지나면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지나지 않은 불입액에 대해서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4월말이 만기 3년에 해당된다면, 2,3월 불입액을 찾아도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펀드 새로 들어도 될까?=주식형 적립식 펀드 투자를 새로 시작한다면, 최소한 3~4년을 내다봐야 최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국내 주식형의 경우, 지난 3년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한국 증시는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의 앞으로 3~4년간 기대수익률은 20~30%로 평가하고 있다.
국외 주식형에 투자할 경우, 인도나 중국을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한국과 지디피(GDP·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이 비슷한 인도는 3년 정도의 단기투자에 유리하다. 좀 더 긴 기간 투자를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중국도 추천할만하다. 중국은 아직 지디피 대비 시가총액이 낮아 투자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국외 투자 비중이 미국은 20%, 일본은 30% 정도인 것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위험자산은, ‘모르면 투자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국외주식의 정보 루트는 좁은 게 사실이다. 과거 러시아·남미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금의 절반도 못 건진 경우도 있었다.
펀드 관리 어떻게 하나?=펀드에 가입하면, 운용사에서 정기적으로 내는 운용보고서 외에도 별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다. 우선 수익률보다는 펀드의 성격 변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형 가치주 펀드의 설정액이 커지면서 중소형주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대형주 비중이 커지면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 종목수가 늘어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대형주는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므로 기대 수익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
종목수가 급격히 작아져도 문제다. 주가는 대개 주식을 매수하면서 오르고 매도하면서 내리므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 운용 규모는 500억원 정도다. 가입 펀드의 설정액이 100억원으로 줄었다면 환매를 고민해야 한다.
단기 수익률에 급급할 필요는 없으며, 수익률은 6개월 주기로 보는 게 적당하다. 급격히 수익률 순위가 떨어졌다면, 3개월 단위로 다시 살펴보고 여전히 수익률 하락이 보인다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게 낫다.
펀드 가입시 펀드 운용자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산운용책임자나 본부장, 팀장이 바뀔 경우 운용 스타일이 달라져 위험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도움말=최상길 제로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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