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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팀 스미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등록 2009-10-27 21:03수정 2009-10-29 08:15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서천 국립생태원 성공을 위한 제언




9월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영국 콘월지방의 에덴 프로젝트를 방문했다. 충남 서천에 들어설 국립생태원이 모델로 삼았다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에덴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방문객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잠시 쉴 틈이 없는 나흘짜리 일정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에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축구공 반쪽처럼 생긴 거대한 구조물도, 그 안의 장대한 열대우림도 아니었다. 바로 에덴 사람들이었다. 먼로 셰퍼드, 앤드루 오머러드, 마크 빌리, 맷 헤이스팅스, 수전 힐, 데이비드 로, 토니 헨쇼… 등등. 그들은 주민과 함께 공연을 하고, 지역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농산물의 상품화를 함께 궁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업무를 관통하는 공통어는 ‘지역’이었다.

에덴 사람들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현장의 실무자였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방문객들과 재미와 생각을 나누는 활동가였다. 가장 상상력 넘치는 방식으로 생태 교육을 진행하고 그 보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디즈니 같은 번잡함과 짜릿한 흥분은 없었지만 진지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곳이었다.

이상과 열정으로 주민들의 힘을 묶어내야

에덴에서는 모든 행사의 진행을 직원들 손으로 해낸다. 재단의 이사진들과 기부자들이 참석하는 대형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도 마찬가지다. 에덴을 건설할 때도 전체 공정을 관장하는 전문가들만 외부에서 데려왔을 뿐, 대부분의 공정은 주민 손으로 처리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을 훈련시켜 일을 맡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이었다.

에덴 프로젝트의 여러 가지 성공요인 중에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걸출한 리더십이다. 최고경영자인 팀 스미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에덴 프로젝트 쪽이 정리한 성공요인 10가지 중에도, ‘이상과 비전’ ‘언론친화적인 CEO’ ‘에덴 팀’ ‘마케팅 마인드’ 등 4가지가 팀 스미트 관련 사항이었다. 에덴 팀, 곧 에덴 사람들의 열정을 하나로 모은 원동력 또한 팀 스미트의 힘이었다.

에덴에서 만난 팀 스미트는 카리스마와 열정이 넘쳤다. 팀 스미트가 국립생태원을 건립중인 한국에 던진 충고는 딱 두 가지였다. 주민의 행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라는 것과 평범한 생태원을 짓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에덴 방문을 마친 뒤, “우리는 과연 에덴처럼 해낼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저히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팀 스미트 같은 리더십이 없다. 팀 스미트가 에덴에 구현한 것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것이었다. 인간이 파헤친 고령토 광산에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낙원을 재건한다는 꿈을 꾸었고, 가장 적극적인 지역 발전의 모델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착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도록

우리 국립생태원도 비슷한 이상을 내걸고 있다. 서천 장항의 갯벌 매립이란 인간의 파괴행위를 포기하고 바로 인근에 생태원이란 자연 복원의 공간을 세운다. 개발이 아니라 환경의 힘으로 서천이란 낙후 지역의 경제를 재생한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못한 창조적 사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세운 것이다.

환경부 담당자들은 그동안 수차례 에덴 프로젝트를 방문했지만, 자기 업무와 관련된 일정을 2~3시간 소화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각자 코끼리의 한 부분을 더듬기는 했겠지만, 에덴을 관통하는 큰 그림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팀 스미트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국립생태원의 설계와 시공·운영을 정부가 직접 주관한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그런 점에서도 에덴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에덴 사람들이 ‘지역’과 ‘환경’의 전도사 노릇을 하는 동안, 관람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고 기업들은 기부금을 내놓는다. 지극히 상업적이고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조직인 것이다.

에덴은 가치를 팔아 수입을 올리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 꼽힌다. 우리 생태원에 결핍돼 있으면서도 가장 필요한 것 또한, ‘착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일 것 같다.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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