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부동산

“집 사면서 이렇게 불안에 떨줄이야…화가 나”

등록 2006-11-08 18:35수정 2006-11-08 22:08

주택담보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다음주에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주택담보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다음주에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혼란스런 은행 대출창구 가보니…항의전화만
‘은행기준시세’, 폭등시세 못따라가 ‘실랑이’
직원들 “대출기준 바뀐다 …받으려면 지금 접수하세요”
“착실히 돈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집 한 칸 사면서 이렇게 불안에 떨게 될지는 정말 몰랐네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ㄱ은행 대출 창구에서 만난 반정규(42)씨는 8일 하루 휴가를 냈다고 했다. 넋 놓고 있다가 영영 집 장만 못할 것 같아, 은행 대출도 알아보고 점 찍은 아파트 주인도 다시 만나볼 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을 찾은 반씨는 혼란에 빠졌다. 은행 직원은 “대출을 받으려면 서둘러 계약서 쓰고 이번주 안에 접수를 하라”고 반씨를 재촉했다. “다음주에 부동산 대책이 또 나오는데, 그땐 지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인근 ㄴ은행에서도 “곧 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 지금 하는 게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다.

반씨는 “마음은 다급한데, 그렇다고 오늘 당장 계약할 순 없지 않으냐”며 “무슨 가전제품 사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집 살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게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씨가 점찍은 집은 봉천동 ㅇ아파트 32평짜리.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시세로 지난해 12월 2억9천만원 하던 게 지금은 3억8천만원이다. 대출 기준이 되는 집값이 그렇고, 집주인이 부르는 값은 4억1천만원으로 더 높다.

지난주 정부가 강력한 주택담보 대출 규제를 예고한 뒤, 은행 대출창구가 술렁이고 있다. 반씨처럼 대출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오른데다 금리 인상이 거론되면서 거래는 줄었지만, 대출 여부나 대출액을 묻는 전화는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문의자들은 대부분 대출제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대출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금융의 책임 해이’를 지목한 점도 이런 불안감을 키웠다.

같은 ㄱ은행 창구에서 만난 구혜정(34)씨의 이야기는 더 구체적이다. “지난 8·31 대책 때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대출을 빨리 받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았냐. ‘생애 첫 대출’도 그렇고, 대출 한도도 그렇고….” 집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가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다 보니, 잦은 정책 변경 때문에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만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생애 첫 대출’을 내놓은 뒤 석 달 만에 세 번이나 금리 등 제도를 바꿨다. 그러다 보니 발빠르게 움직인 이들은 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갔고, 뒤늦게 나선 이들은 비싼 금리를 물어야 했다. 특히 금리를 올리면서 여유 기간을 1주일밖에 주지 않아 시장의 혼란은 더 커졌다.

현재 매매 계약을 맺고 당장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러야 할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앞다퉈 은행을 찾고 있다. ㄴ은행 대출 담당자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갑자기 대출 총량을 규제해 은행들도 일제히 대출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어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를 비롯한 제2 금융권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다음주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니 빨리 결정하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 추이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 추이

ㄴ은행 창구에서 만난 정아무개씨는 “잔금 때문에 왔는데, 시간 여유는 있지만 최대한 빨리 대출을 받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금리가 더 오를지도 몰라 아예 속 편하게 모기지론 고정금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정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을 너무 과소평가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발 멀리 내다보고 하나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가능 액수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은행들이 적용하는 국민은행 시세와 실제 시세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창구직원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와서 대출 가능 금액이 얼마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왜 그것밖에 안 되냐고 따지는 고객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정도였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