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다음주에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혼란스런 은행 대출창구 가보니…항의전화만
‘은행기준시세’, 폭등시세 못따라가 ‘실랑이’
직원들 “대출기준 바뀐다 …받으려면 지금 접수하세요”
‘은행기준시세’, 폭등시세 못따라가 ‘실랑이’
직원들 “대출기준 바뀐다 …받으려면 지금 접수하세요”
“착실히 돈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집 한 칸 사면서 이렇게 불안에 떨게 될지는 정말 몰랐네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ㄱ은행 대출 창구에서 만난 반정규(42)씨는 8일 하루 휴가를 냈다고 했다. 넋 놓고 있다가 영영 집 장만 못할 것 같아, 은행 대출도 알아보고 점 찍은 아파트 주인도 다시 만나볼 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을 찾은 반씨는 혼란에 빠졌다. 은행 직원은 “대출을 받으려면 서둘러 계약서 쓰고 이번주 안에 접수를 하라”고 반씨를 재촉했다. “다음주에 부동산 대책이 또 나오는데, 그땐 지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인근 ㄴ은행에서도 “곧 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 지금 하는 게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다.
반씨는 “마음은 다급한데, 그렇다고 오늘 당장 계약할 순 없지 않으냐”며 “무슨 가전제품 사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집 살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게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씨가 점찍은 집은 봉천동 ㅇ아파트 32평짜리.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시세로 지난해 12월 2억9천만원 하던 게 지금은 3억8천만원이다. 대출 기준이 되는 집값이 그렇고, 집주인이 부르는 값은 4억1천만원으로 더 높다.
지난주 정부가 강력한 주택담보 대출 규제를 예고한 뒤, 은행 대출창구가 술렁이고 있다. 반씨처럼 대출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오른데다 금리 인상이 거론되면서 거래는 줄었지만, 대출 여부나 대출액을 묻는 전화는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문의자들은 대부분 대출제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대출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금융의 책임 해이’를 지목한 점도 이런 불안감을 키웠다.
같은 ㄱ은행 창구에서 만난 구혜정(34)씨의 이야기는 더 구체적이다. “지난 8·31 대책 때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대출을 빨리 받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았냐. ‘생애 첫 대출’도 그렇고, 대출 한도도 그렇고….” 집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가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다 보니, 잦은 정책 변경 때문에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만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생애 첫 대출’을 내놓은 뒤 석 달 만에 세 번이나 금리 등 제도를 바꿨다. 그러다 보니 발빠르게 움직인 이들은 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갔고, 뒤늦게 나선 이들은 비싼 금리를 물어야 했다. 특히 금리를 올리면서 여유 기간을 1주일밖에 주지 않아 시장의 혼란은 더 커졌다.
현재 매매 계약을 맺고 당장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러야 할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앞다퉈 은행을 찾고 있다. ㄴ은행 대출 담당자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갑자기 대출 총량을 규제해 은행들도 일제히 대출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어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를 비롯한 제2 금융권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다음주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니 빨리 결정하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고 있다.
ㄴ은행 창구에서 만난 정아무개씨는 “잔금 때문에 왔는데, 시간 여유는 있지만 최대한 빨리 대출을 받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금리가 더 오를지도 몰라 아예 속 편하게 모기지론 고정금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정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을 너무 과소평가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발 멀리 내다보고 하나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가능 액수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은행들이 적용하는 국민은행 시세와 실제 시세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창구직원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와서 대출 가능 금액이 얼마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왜 그것밖에 안 되냐고 따지는 고객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정도였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 추이
ㄴ은행 창구에서 만난 정아무개씨는 “잔금 때문에 왔는데, 시간 여유는 있지만 최대한 빨리 대출을 받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금리가 더 오를지도 몰라 아예 속 편하게 모기지론 고정금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정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을 너무 과소평가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발 멀리 내다보고 하나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가능 액수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은행들이 적용하는 국민은행 시세와 실제 시세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창구직원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와서 대출 가능 금액이 얼마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왜 그것밖에 안 되냐고 따지는 고객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정도였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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