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마련을 청와대에 촉구하며 책임자 인책을 요구해 왔던 당은 이날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의 사의 표명에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신뢰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3인 사퇴, 신뢰회복 계기로” 반겨
당-청 정책기조 통일성은 흔들
당-청 정책기조 통일성은 흔들
“세 분의 사퇴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한편으로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14일 오후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등 세 명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논평했다. 당의 수많은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청와대가 예상보다 빨리, 더 큰 폭으로 문책을 결정한 걸 여당은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개편으로 ‘폭동 직전’이라고 스스로 표현하던 국민들의 불만이 가라앉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사건건 대립하던 당내 계파가 오랜만에 정치적으로 단결했다는 점을 평가한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정장선·민병두 의원,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그리고 정치색이 옅었던 이상민 의원 등 각 계파에서 공개적으로 부동산 정책라인의 문책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지도부들은 물밑에서 청와대를 압박했다”며 “이 결과 청와대와 큰 갈등을 빚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또한 정책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도 맞았다. 한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가 해임하는 형식이 정치적으로는 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제부터 당이 각종 정책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날 오후부터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 등 정부로부터, 15일에 있을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 내용을 보고받고 당 정책위 중심으로 내부 회의를 열었다. 나름의 대안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일단 15일 당정협의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정책을 미세하게 조정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의 도입과 택지 수용 때 현금 대신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 등 당에서 마련한 정책을 가지고 곧 당정협의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교통부로 넘어간 뒤 감감 무소식인 분양가 원가공개 제도의 조기 도입을 위한 정치적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이 장밋빛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여당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문책 인사를 요구함으로써 임기말 레임덕의 가속화를 가져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으로 있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당이 정치적 의도에서 청와대를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부담이다.
이번 부동산 파문은 여권 전체의 통일된 정책 기조를 흔들면서 내부 분란을 계속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당장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수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두고 당내 노선갈등이 다시 드러나는 분위기다. 또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확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내 보수적 인사들이 반발을 시작했다. 레임덕은 청와대에만 오는 게 아니라 여권 전체에 넓게 퍼지며,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번 부동산 파문은 여권 전체의 통일된 정책 기조를 흔들면서 내부 분란을 계속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당장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수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두고 당내 노선갈등이 다시 드러나는 분위기다. 또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확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내 보수적 인사들이 반발을 시작했다. 레임덕은 청와대에만 오는 게 아니라 여권 전체에 넓게 퍼지며,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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