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낙엽처럼…15일 발표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가 빠졌다. 16일 오전 송파 새도시로 지정된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일대 모습. 송파 새도시는 서울의 송파와, 경기도 구리시 및 성남시 일부가 포함돼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민간 아파트도 분양값 상한제를 적용하는 겁니까? 보고서만 보면 답이 없는 것 같은데요?” (노무현 대통령)
“민간에 분양값 상한제를 적용하면 공급이 무조건 줄게 돼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공기업(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이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예산이 없습니다. 기획예산처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한 국무위원)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대책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민간 아파트 분양값 공개와 관련해 당시 회의 때 오갔던 대화의 한토막을 이렇게 전했다. 이 인사는 “결국 회의에선 그동안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에 반대해 온 재정경제부 등의 뜻이 받아들여져, 실무부서에서 더 검토하기로 하고 논의를 더 길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15일 발표된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가 빠졌다. 또 앞으로 추가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 분양값을 규제하면 주택 공급이 그만큼 지연되거나 위축되는 게 필연적”이라며 “가급적이면 분양값에 대한 직접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분양가 제도 개선위원회의 답신을 기다린 뒤 부처간에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낙마’로 부동산 대책의 주도권이 재경부로 넘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정부에서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는 이제 물건너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번 부동산 대책을 평가하는 시장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8·31 대책과 3·30 대책 등 비교적 강력한 대책이 나왔을 때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시민단체들은 “더 기대할 게 없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정부가 선분양 특혜를 유지해 건설사들의 분양값 폭리를 계속 유지해 주겠다고 공언한 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3년 뒤 공공택지 분양값을 20~30% 내리더라도 민간아파트 분양값은 오히려 지금 수준보다 70~80%나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시장 논리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풀기로 한 점에서 일단 바른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급 물량을 좀 더 확실히 늘리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세율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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