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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실낱같은 희망’ 점점 희미해져 가고…

등록 2010-01-20 08:23수정 2010-01-20 08:24

권태호 특파원
권태호 특파원
[아이티 지진참사] 권태호 특파원, 포르토프랭스를 가다
생존자 수색 119구조대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18일 오후(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의 생제라르 지역. 우리나라 소방방재청 119구조대원 20여명이 아침부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찾으려고 애타는 작업을 벌이던 대원들은, 생존자 대신 주검이 차례차례 발견될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너진 건물 틈새에 디지털 내시경, 서치탭(건물 안에 있는 생존자를 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치) 등을 집어넣었으나, 생존의 기미를 찾긴 힘들다. 탐지견 백두와 마니가 부지런히 건물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녀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빈 공간 없이 차곡차곡 쌓여 생존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백근흠 기동팀장은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아 피해가 더 컸던 것 같다”며 “지진의 진도가 더 높았던 쓰촨성보다 이곳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지나는 거리 한쪽에는 주검이 썩은 채 길바닥에 그대로 방치돼 심한 악취를 풍겼다. 건너편 쪽에는 기중기와 불도저가 건물을 갈아엎고 있었다. 돌덩이와 시신이 구분 없이 그대로 트럭에 실린다. 한쪽 구석에선 주인 없는 닭이 주검의 손등, 발등을 쪼아 먹고 있었다. 강철수 119구조대장은 “현재로선 생존자 탐색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잠시 휴식시간이 되자, 구경거리를 찾아온 아이티 주민들이 마치 포위하듯 빼곡히 소방대원들과 취재기자들을 둘러싸는 모양새가 됐다. 한 소방대원이 아이에게 과자를 건네주려다 백 팀장에게 제지당했다. “너 저 사람들 몰려들면 어떡할 거냐”며. 길에 나란히 늘어선 주민들은 소방대원이나 기자들에게 “물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어느 누구도 이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 이후 사태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의 구조 현장엔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공존한다.

‘내 가족은 어디에?’ 지진으로 초토화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에서 한 여성이 망연한 모습으로 주검을 살피고 있다. 연합/AP
‘내 가족은 어디에?’ 지진으로 초토화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에서 한 여성이 망연한 모습으로 주검을 살피고 있다. 연합/AP

16일 지진의 피해가 컸던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난민촌에 피신나온 어린아이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지진의 피해가 컸던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난민촌에 피신나온 어린아이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연합뉴스)

권태호 특파원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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