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난민·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예수는 난민이었다’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슬람권 7개국 국민들의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한 조처가 오히려 미국의 테러 대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29일 보도했다. 입국금지 국가 선정도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특히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서 지상군 구실을 하고 있는 이라크를 입국 금지국으로 선정한 것은 의도와는 정반대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군 약 6000명이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이라크군의 모술 탈환 작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라크인들의 미국 입국 금지로 협력에 금이 가게 됐다. 미 중앙정보국(CIA) 대테러센터 고위직을 지낸 폴 필러는 “행정명령은 전체 이슬람을 적으로 돌려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슬람국가는 이번 트럼프의 조처에 대해 “승리”라며 환호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도 지난 40년(1975~2015년) 동안 미국 입국이 금지된 7개국 출신으로부터 미국 내에서 살해당한 미국인은 한명도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2001년 9·11 테러 등 30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이번에 입국금지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이집트, 터키 출신들로부터 살해당했다며, “(입국금지 국가 선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들은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터키 등에 트럼프의 부동산 회사 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슬람국가에 가장 많이 가담한 외국인은 튀니지 출신들이고, 알카에다 지도부는 파키스탄에 있고,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입국 금지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들은 주로 ‘외로운 늑대형’의 자생적 테러범들이 저지르고 있어 이번 조처가 테러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먼저 일고 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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