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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군대 동원” 트럼프에 “시민은 적이 아니다” 비판 봇물

등록 2020-06-03 19:05수정 2020-06-04 02:33

평화시위 강제해산 ‘성경 인증샷’
트럼프 쇼에 공화 내부서도 비난
퇴역 장성들 전투헬기 동원 개탄

트럼프 “하층민·패배자, 뉴욕 파괴”
주 방위군 파견 요청 4개 주 거부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대신 이를 부추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2021년 1월20일(차기 대통령 취임식)은커녕, 11월3일(대선)까지도 기다릴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최루탄과 고무탄, 말 탄 경찰관을 동원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워싱턴의 평화적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직후,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성경을 든 채 ‘인증샷’을 찍고 돌아왔다. 그날 저녁,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는 이런 칼럼이 실렸다. 다소 이른 반응인 듯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고 천명한 뒤 미국 사회에선 ‘민주주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일 취재진 앞에 성경을 들고 나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불길에 부채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전임자들의 선례를 따라 치유의 사령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강제 해산한 뒤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정치쇼’를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을 두고 민주당 안에선 “여기는 독재국가가 아니라 미국이다”(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인명과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는 성토가 빗발쳤다.

벤 새스·팀 스콧 상원의원도 “사진 촬영을 하려고 경찰을 동원해 평화적 시위대를 해산시킨 것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존 순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연방군 투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의회에서 이처럼 이례적으로 초당적 비판이 나온 건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 전역에서 폭발 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경각심이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이날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우리의 시민은 적이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퇴역 장성 등도 비판에 합류했다. 전날 밤 육군 소속 블랙호크(UH-60) 등 전투헬기 등이 수도 워싱턴 상공에서 저공비행하며 시위대 해산에 동원된 것을 성토한 것이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트럼프의 세인트존스 교회 방문에 동반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전날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도 세인트 존 폴 2세 국립성지를 방문하며 시위대 강경 진압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폭력 시위에 대한 백인 중산층의 공포를 극대화해 보수 세력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시위가 8일째로 접어들면서 워싱턴 등 28개주에 투입된 주 방위군 수만도 2만명을 넘어섰다.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력과 동일하다”는 게 <시엔엔>(CNN) 방송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하층민과 패배자들이 뉴욕시를 파괴하고 있다”는 거친 말로, 주지사들을 향해 주 방위군 투입을 요구했다.

특히 버지니아와 뉴욕,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주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4개 주가 워싱턴에 주 방위군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자, 현역 육군 병력까지 투입할 기세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 국방부가 군사경찰(헌병)과 보병대대를 포함해 현역 육군 병력 1600명을 수도 지역 내 군 기지에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해당 병력이 워싱턴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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