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미 보수진영 “얻은 게 뭐냐” 불만
외국군 배치 등 맞서 헤즈볼라 강력저항 예고
외국군 배치 등 맞서 헤즈볼라 강력저항 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14일 새벽 5시(한국시각 오후 2시)에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달 넘게 끌어온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 만장일치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 1701’를 통과시켰다. 레바논과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승인했고, 헤즈볼라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결의 통과 직후 이스라엘군이 지상전과 공습을 대규모로 확대해 레바논 전역이 포성과 포연으로 뒤덮였다. 레바논을 폐허로 만들고 1100명이 넘는 레바논인과 이스라엘인 1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끝에, 뒤늦게 나온 안보리 결의에도 전쟁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의의 주요 내용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공격적’ 군사작전을 중단하며, 레바논군과 다국적군 1만5천명씩이 남부 레바논에 배치되는 대로 이스라엘군이 가능한 빨리 철군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작전”을 명분으로 공세를 계속하고,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설 여지를 남긴 점이다. 댄 할루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1일 “다국적군이 배치될 때까지 헤즈볼라 소탕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유엔은 다국적군 배치에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그동안 공격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도 11일 “이스라엘군이 남아 있는 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은 유엔 결의 통과 직후 지상군을 기존 1만명에서 3만명으로 늘려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남부 레바논 깊숙이 진격했다.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 헤즈볼라에 최대한 타격을 주겠다는 기세다. 13일 베이루트에 2분 동안 20번의 폭탄이 쏟아지는 등 공격이 극심했고, 주말 동안 레바논 민간인 최소 28명이 숨졌다. 헤즈볼라의 치열한 반격으로 이스라엘도 헬기가 격추돼고 이틀 동안 31명이 숨지는 등 개전 이래 최대 피해를 봤다.
한 달 넘게 레바논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부는 헤즈볼라를 궤멸시키지 못했다는 국내 비판에 부닥쳤다. 또, 네오콘 등 미국 보수진영에선 “이스라엘이 미국의 위협세력을 소탕해주는 ‘중동 치안경찰’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국적군의 배치가 평화를 가져올지도 의문이다. 결의안에 따라 배치될 다국적군은 헤즈볼라를 레바논 남부에서 몰아내고 무장을 해제시킬 임무를 맡게 되지만, 이는 ‘불가능한 작전’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아파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헤즈볼라는 무장해제나 외국군 주둔에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레바논의 유엔임시군을 현재의 2천명에서 1만5천명으로 증강할 계획이고 프랑스·이탈리아·터키·말레이시아 등이 파병 뜻을 밝혔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전투병 파병을 꺼린다.
결의는 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분쟁지역인 세바팜스 문제와 헤즈볼라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 병사 2명과 레바논인 수감자 문제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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