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이렇게 행복할수가”
수니파 “점령군이 내린 판결”
수니파 “점령군이 내린 판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한테 사형 선고가 내려진 직후인 5일 정오(현지시각)께, 바그다드 하늘에는 환호와 분노의 총성이 동시에 진동했다. 이는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하다 미군에 쫓겨나 교수대에까지 오르게 될 운명에 처한 그의 존재가 이라크를 더욱 격심한 혼란과 유혈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갈 예고탄으로 보인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 뒤 시아파의 중심지인 바그다드 사드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후세인 정권 아래서 탄압받았다고 생각하는 시아파 소유의 방송사들은 그의 재임 때 실종된 이들의 사진들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바그다드 통행금지령 ‘긴장’
이와 반대로 바그다드의 수니파 밀집지역에서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총을 쏴대며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 선고에 강렬하게 항의했다. 이 지역의 아부 하니파 사원에는 7발의 로켓탄이 떨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통행금지령에도, 1천여명이 그들의 ‘영웅’ 사진을 앞세우고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티크리트 시민들은 “점령군이 내린 판결”이라고 소리쳤다.
이라크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갈렸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판결에 앞서 “후세인은 합당한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 전 대통령의 종파인 수니파의 정치지도자인 살리 알무트라크는 “정부는 이런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태를 극단적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판결 전부터 바그다드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 등 2개 주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바그다드에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시키며 삼엄한 경계망을 쳤다. 4일에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바그다드 남부에서 대대적인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여 53명을 사살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악화 일로에 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간 분쟁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수니파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매우 크다. 이슬람군 등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국제인권단체 ‘정당성’ 시비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의 변호인 중 3명이 암살당하고, 변호인단의 대부분이 안전 문제 때문에 요르단 암만에서 ‘출장 변호’를 다니기도 했다. 1월에는 쿠르드족 출신인 주심판사가 시아파 정치집단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항의하며 사임했다. 재판은 공개법정이 아닌, 바그다드의 중경비구역인 ‘그린 존’ 안에서 진행돼왔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나 그의 정권이 이라크 안에서 저지른 행위가 어떤 것이든, 이번 재판이 결국은 미국이나 미국의 후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기획됐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대한 시비는 이라크 안팎에서 계속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왔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5일 사형 선고 직후 “비열하다”며 판결 내용을 비난했다. 하지만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이라크 민주사회 건설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인들에게 앞으로 수주 동안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후세인 정권의 종말은 국민 통합과 밝은 미래건설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긴급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새로운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라크 국민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자제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라크 인종-종교 분포 및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기소내용
이라크 정부는 이번 판결 전부터 바그다드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 등 2개 주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바그다드에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시키며 삼엄한 경계망을 쳤다. 4일에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바그다드 남부에서 대대적인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여 53명을 사살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악화 일로에 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간 분쟁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수니파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매우 크다. 이슬람군 등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국제인권단체 ‘정당성’ 시비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의 변호인 중 3명이 암살당하고, 변호인단의 대부분이 안전 문제 때문에 요르단 암만에서 ‘출장 변호’를 다니기도 했다. 1월에는 쿠르드족 출신인 주심판사가 시아파 정치집단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항의하며 사임했다. 재판은 공개법정이 아닌, 바그다드의 중경비구역인 ‘그린 존’ 안에서 진행돼왔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나 그의 정권이 이라크 안에서 저지른 행위가 어떤 것이든, 이번 재판이 결국은 미국이나 미국의 후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기획됐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대한 시비는 이라크 안팎에서 계속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왔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5일 사형 선고 직후 “비열하다”며 판결 내용을 비난했다. 하지만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이라크 민주사회 건설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인들에게 앞으로 수주 동안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후세인 정권의 종말은 국민 통합과 밝은 미래건설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긴급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새로운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라크 국민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자제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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