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왼쪽)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카불/AP 연합
아프간테러 한국군 1명 사망…다시 격화되는 아프간 상황
지난해부터 본격 재기…미군 극비정보까지 장악
지난해부터 본격 재기…미군 극비정보까지 장악
27일 다산부대의 윤장호 병장을 희생시킨 아프가니스탄 미군기지 폭탄테러는 아프간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기지를 극비리에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겨냥해 일어난 테러는 탈레반이 미군 극비정보를 파악해 대규모 시설을 공격할 정도로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최근 들어 아프간은 옛 소련의 침공 때나 탈레반 통치 때보다 더 혼란스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이 붕괴된 뒤 궤멸 상태로 보이던 탈레반은 지난해부터 아프간 동남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3만5천여명에 이르는 미군과 나토군, 그외 다국적군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군 전사자는 60여명으로 2005년의 갑절에 이르렀다. 탈레반 소탕작전 관련 전체 사망자는 지난해 4천여명을 넘겼다는 보고도 나왔다. 탈레반은 지난달 23일에도 동부 도시인 코스트에 있는 미군기지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10명의 사망자를 냈다. 바그람기지 폭탄테러가 일어난 27일에는 남부 칸다하르의 정부 건물 앞에서 또다른 폭탄테러가 발생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은 전통적으로 게릴라전에 의존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폭탄테러가 잦아졌다.
탈레반은 특히 외국군을 상대로 봄철 대공세를 예고해 전운을 짙게 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의 물라 하야툴라 칸(35)은 최근 “눈이 녹으면 2천여명의 자살폭탄 공격조로 외국군을 공격하겠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하기도 했다. 다국적군도 탈레반 소탕작전을 강화해 올해 들어서만 400여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달 들어서만 아프간 경찰과의 전투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지역 한 곳씩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옛 소련군에 저항하던 반군을 중심으로 1994년 결성된 탈레반은 2년 뒤 카불을 점령하고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선언했지만, 가혹한 율법 강요과 처벌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과 외부세계의 비난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탈레반의 병력 규모나 알카에다 등과의 연계 정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등은 탈레반의 ‘부활’에 대해 접경지역인 와지리스탄 등 2500㎞에 이르는 국경을 통해 파키스탄으로부터 훈련소와 은거지, 물자를 공급받게 된 게 주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26일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전을 강화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페르베르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압박하고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길이었다.
나토군 지휘부는 현재 상태로라면 탈레반 진압이 어렵다며 참전국들에 병력 증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3200명, 영국은 1400명 증원을 예고했다.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고도 5년이 넘도록 ‘완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미군은 지난해 말 나토군 지휘봉을 다시 잡으면서 참전국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영국을 뺀 다른 나라들은 추가파병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테러가 발생한 바그람기지는 1976년에 건설돼 80년대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군이 이용했고, 2001년 아프간을 점령한 미군이 보수해 쓰는 최대 군사시설이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들어선 이 기지를 두고 90년대 후반에는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려는 반군인 북부동맹과 탈레반 사이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현재는 미군 5천여명과 4천여명의 다국적군 및 군속들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이 곳에 테러 용의자들 구금시설도 설치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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