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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캄보디아 공수부대원이 한국 회사 경계서고 월급 받아”

등록 2014-01-16 21:21수정 2014-01-17 10:14

16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프놈펜 경제특구’ 부근은 상인들로 가득했다. 근처에 있는 약진통상 노동자들을 위한 시장이다. 지난 2일 약진통상 앞에서 벌어진 공수부대의 시위대 폭력진압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재욱 기자
16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프놈펜 경제특구’ 부근은 상인들로 가득했다. 근처에 있는 약진통상 노동자들을 위한 시장이다. 지난 2일 약진통상 앞에서 벌어진 공수부대의 시위대 폭력진압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재욱 기자
[‘한국기업’ 노동자 유혈사태] 프놈펜 현장을 가다

16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프놈펜 경제특구’ 부근은 상인들로 가득했다. 약진통상 노동자들을 위한 식료품 시장이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갭, 바나나리퍼블릭 등 미국 유명 의류를 생산하는 약진통상은 이달 초 ‘유혈사태’로 주목받은 봉제공장을 이곳에서 운영한다. 철문이 굳게 닫힌 약진통상 앞에도 노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2일 약진통상 앞에서 벌어진 공수부대의 시위대 폭력진압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약진통상이 ‘911 공수부대’ 출동을 요청했는지, 한국계 공장들이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착취해왔는지 등에 대해선 의혹이 무성하다. 프놈펜 유혈사태와 한국계 기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약진통상과 911 공수부대의 밀접한 관계는 뚜렷해 보였다. 이날 프놈펜 남서부의 한 지역에서 <한겨레> 기자는 911 공수부대에서 3년간 근무했다는 20대 남성 핏콜(가명)에게서 몇가지 정황을 확인했다. 핏콜은 “911 공수부대원 4~5명이 약진통상의 경비용역이 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군인이면서 경비업체에서도 근무하면서 양쪽의 월급을 다 받았다. 경비업체로 간 군인들의 임무는 약진통상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약진통상의 경비용역을 맡은 시에스시(CSC)의 전범배 사장은 “예전에는 가능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불가능하다. 2010년부터 사장을 했는데 그런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핏콜의 군복무 기간은 전 사장 취임 이후와 1년여 겹친다.

공수부대와 유착관계 증언 잇따라
“군에서 지명한 부대원이 경비업체로”
약진통상 “부대 출동 요청한 적 없다”

‘태극기 군복’ 논란은 해프닝인 듯
교민 “태극기 옷 동남아서 잘 팔려”
노동자들 “회사보다 정부가 문제”

캄보디아 군 상부와 약진통상이 결탁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핏콜은 “이때 군에서 나오는 월급의 반은 상부에서 가져갔다. 경비업체로 가는 경로는 군 상부에서 비밀리에 지명하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또 “복무 당시 약진통상 노동자의 약 20%가 부대 안에 세들어 살았다. 장군이 부대원들에게 선물 등의 형식으로 땅이나 건물을 주는데, 군인들이 이걸 세를 줬다”고 말했다. 약진통상은 911 공수부대에 전기도 무료로 공급했다고 한다. 약진통상의 노동자 아티(가명)도 15일 “공수부대 고위직이 약진통상 창고 관리자로 오기도 했다. 이전에 파업을 할 때 공수부대원들이 둘러보고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약진통상과 911 공수부대는 담을 두고 이웃하고 있었다. 약진통상 노동자 아티는 “폭력사태가 있었던 2일 약진통상 내부에 군인들이 들어와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하지만 약진통상 관계자는 “부대 출동 요청을 했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캄보디아 교민들은 “군대와 경찰이 사적 업무에 동원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 이아무개(45)씨는 “마을에서 결혼식 같은 행사가 열리면 군인이나 경찰이 돈을 받고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약진통상과 공수부대의 결탁관계를 고려하면 시위대 진압 요청의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일 약진통상 앞에서 911 공수부대는 시위대를 폭력진압했다. 일부 연행자를 약진통상과 연결돼 있는 공수부대로 끌고 가기도 했다. 공수부대는 진압과정에서 방망이를 사용해 시위대 일부가 다치고 노동자 10명과 승려 5명 등이 체포됐다. 본격 유혈사태는, 약진통상이 있는 ‘프놈펜 경제특구’ 쪽이 아니라 도심에 더 가까운 카나디아 공단에서 3일 벌어졌다. AK-47 소총을 난사해 최소 5명의 사망자를 낳은 것도 공수부대원이 아니라 캄보디아 헌병이었다고 여러 노동자들이 증언했다.

페이스북에 번진, 약진통상 부근에서 총을 든 진압군인의 군복에 달린 태극기 사진도 논란을 불렀다. 한국에선 “한국의 퇴역군인이 캄보디아에서 운영하는 시에스시가 무력진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전범배 대표는 “우리가 약진통상 경비를 선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지 군복은 안 입는다. 2일 우리는 약진통상 앞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한 교민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에선 태극기 달린 군복이나 경찰 옷들이 시장에서 잘 팔린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노동조합총연맹(CLC)의 관계자도 “한국 경비업체가 무력진압에 개입했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현지 한국 의류봉제업체들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서도 오해가 많다고 주장했다. 국내 일부언론은 “캄보디아의류생산자연합회(GMAC·지맥)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지만 제안은 한국 업체들이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등장한 김준경 캄보디아 한국봉제협회 부회장은 “내가 긴급대책회의 소집을 주도했을 뿐”이라며 “손해금액 산정은 캄보디아 정부에 손해액만큼 세제감면을 요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차경희 지맥 이사는 “지맥에 소속된 800여 업체 중 활동하는 회원사는 500여곳이고 이 중 10~13%가 한국 업체다. 대부분은 중국 업체다. 한국 업체가 주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의류봉제산업에 구조적 문제는 있어 보였다. 노동자들은 벌집에 살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봉제노동자들은 기업보다는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계 공장에서 일하는 프룸 피롬(22)은 “회사들은 최저임금 80달러의 규정을 지키고 있다. 먹고살기도 벅찬 낮은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정해놓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에서 일하는 폭 소펙(23)도 “다 무능한 정부 탓”이라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도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날 순 없어 보였다. 3일 유혈사태 때 다쳐 입원중인 한국 업체의 한 노동자는 “우리 공장엔 ‘지각 수당’이란 게 있다. 1분이라도 지각하면 못 받는다”고 말했다. 원치 않는 초과근무를 시키고 주말 출근을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 노조 활동을 막는 후진적 노동탄압도 일상적이다. 약진통상 노동자 아티는 “지난해 말 파업 때, 회사 쪽이 5달러를 주겠다며 파업에서 빠지라고 회유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유혈사태는 무엇보다 캄보디아의 정치상황에서 주로 기인했다고 한다. 캄보디아 총선 민간선거감시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총선에서 125만여명의 선거인명부가 조작됐지만 123석 중 55석을 통합야당(CNRP)이 차지했다. 야당 지지 선거운동이 거셌다고 한다. 6개월여 이어진 야당의 반정부 투쟁에 자유노조(FTU)와 캄보디아노동조합총연맹이 합세했고, 정치적 위기를 느낀 훈센 총리가 유혈사태를 일으켰다는 게 캄보디아의 주된 여론이었다. 프놈펜(캄보디아)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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