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난항…유럽 에너지 비상
러시아와 벨로루시 사이의 석유분쟁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벨로루시 대표단은 8일 밤(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지만,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러시아 쪽 답변만 들었다.
유럽연합(EU) 의장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9일 “러시아가 석유공급 중단을 미리 통보를 하지 않아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벨로루시가 석유를 빼돌린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러시아가 벨로루시를 거쳐 독일과 폴란드, 헝가리 등으로 가는 석유공급을 8일 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유럽 에너지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올해부터 벨로루시에 대해 가스 공급 가격을 두 배로 올리고, 벨로루시가 보복으로 자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석유에 t당 45달러의 통과세를 요구하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독일 등은 비축유로 버티고 있지만 유럽에서 에너지 안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유럽이 러시아와 옛 소련 연방 국가 간의 분쟁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번 분쟁이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의 25%, 석유의 27%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를 무기로 주변국 ‘길들이기’에 나선 러시아와 주변국의 정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아에프페> 통신은 9일 “한때 국가통합까지 거론되던 두 나라가 석유분쟁으로 적이 됐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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