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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는 변화 이끌 ‘드골’을 원한다”

등록 2007-05-06 17:59수정 2007-05-07 01:29

미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5일(현지 시각) 워싱턴의 주미 프랑스대사관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를 하고 있다. 프랑스 본토 유권자들은 6일 결선투표를 했으나, 해외 영토 프랑스인과 해외 체류 국민 100여만명은 이에 앞서 투표했다. 워싱턴/AP 연합
미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5일(현지 시각) 워싱턴의 주미 프랑스대사관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를 하고 있다. 프랑스 본토 유권자들은 6일 결선투표를 했으나, 해외 영토 프랑스인과 해외 체류 국민 100여만명은 이에 앞서 투표했다. 워싱턴/AP 연합
[김순배 기자의 프랑스 대선 현장]
“수십년 경제 추락으로 분배보다 성장 우선”
사르코지 우파 정책 선호
“프랑스가 어렵다.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일으켜 세울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를 지지한다는 아그노 기니(30·통신회사 직원)는 이렇게 말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벌어진 6일(현지시각). 파리 17구 르노드가 41번 투표소에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프랑스 국민들은 변화에 목말라 했고, 그 변화를 이끌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다. 파트리크 피기에르(55·노동자)는 “이번 대선은 변화의 상징”이라며 “2차 대전 뒤 프랑스를 잿더미에서 살려낸 샤를 드골 전 대통령처럼 나라를 구해낼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활기가 떨어진 경제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분석을 보면, 프랑스 실업률은 25년째 8%를 웃돈다. 청년 실업률은 22%가 넘는다. 경제성장률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5년 동안 세계 8위에서 19위로 밀려났다. 카페에서 만난 나탈리 코스타(40·비서)는 “사는 게 팍팍하다”고 말했다.

일간 <르몽드>는 4일치 사설에서 “두 후보의 공통점은 나라를 개혁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프랑스 사회에 두 개의 비전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비전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화 및 세금 감면, 노동시간 연장 등 우파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적 비전과 개혁이 표를 모으고 있었다. 기니는 “우리는 세계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다. 프랑스도 달라져야 한다”며 “경제가 성장해서 부가 창출돼야 사회적 분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분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논리가 젊은층에게도 자리잡고 있었다. 아리크 비지오(28·회사원)는 “일하는 사람이 더 벌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루아얄은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상이 “야만적이다”라고 비판했지만, 1차 투표에서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를 지지했다는 돈센트 라파엘(35·교사)조차 “루아얄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중도파 바이루가 1차 투표에서 18.57%를 득표한 것도 좌파에 대한 불신이 큰 원인이었다. 사회당 출신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장관은 “이번 선거는 옛날 방식 사회주의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분배를 중요시하는 좌파적 가치를 따르는 프랑스인들은 물론 거부감을 보였다. 파리 지하철에는 “사르코지를 막아라”는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나탈리 코스타는 “사르코지는 ‘왜 일하지 않느냐’는 식의 세계적 ‘우향우’ 흐름을 따르지만,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완벽하지는 않다”며 “부를 공평하게 분배하면 사회적 긴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르코지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이라는 정서가 결선투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욕구는 변화를 실천할 강한 대통령 지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사르코지 지지자들은 한결같이 “사르코지는 행동으로 실천할 줄 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2일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결과를 만들어 내는 대통령이 되겠다. 나는 행동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5년 말 파리 교외 지역의 이민자 소요사태 등을 보면서 안정 희구 계층들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사르코지에게 표를 보태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4일 “국민들은 변화를 바라지만, 경제적 자유화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새 지도자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보도했다.


파리/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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