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권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6일 밤 당선이 확실해진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뉴스분석]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
프랑스의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가 6일(현지시각)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좌파 대안 못내놓고
서민층도 극우파 지지
미디어재벌 편들기 한몫 반전은 없었다. 1차 투표에서 좌파 진영(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트로츠키주의자, 대안세계화주의자)은 1969년 이래 가장 낮은 36%를 얻는 데 그쳤는데,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는 혼자 31%를 얻었다. 그의 압승은 프랑스 유권자의 우경화를 확인한 1차 투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의 우경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좌파 지향이어야 할 서민층이 80년대 중반 이래 극우파 지지자가 되면서부터다. 2007년 대선의 새로운 점은 사르코지가 1차 투표에서 이미 극우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표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점이다. 일간 <르몽드>의 장마리 콜롱바니 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프랑스의 상층과 하층이 함께 사르코지를 지지하고 중간 계층이 루아얄을 지지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는 본디 공산당을 지지했던 서민층이 극우파 지지자로 돌아선 결과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상층과 하층을 함께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앞으로 서민층은 외국인 배척 감정의 확대 속에서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사르코지는 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사르코지의 성공에는 프랑스 제1텔레비전(TF1) 등 방송과, 언론 출판 매체의 90%를 쥐고 있는 라가르데르 등 미디어 재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사르코지를 의지와 행동의 인물, 능력 있는 행정가로 그리는 데 앞장섰고, 성공했다. 미디어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 재벌이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지 않은 차이는 미디어가 자기 속내를 감춘 채 펼칠 때 더 효과적이라는 또 하나의 차이와 만난다. 사르코지의 성공을 극우파 끌어들이기 선거 전략과 미디어 정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프랑스 좌파가 정치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다뤄져야 한다. 사회당은 오랫동안 ‘개혁주의자’들이 주도했다. 루아얄을 포함해 그들은 거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추종자들로서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문제를 온정이나 사후 보상 등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2년 전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에서 사회당 지지자들의 과반수가 반대표를 던졌음에도 신자유주의 기조의 유럽연합 건설에 관한 토론을 제기하는 대신 좌파 내부 반대 세력을 주변화하려고 애썼다. 한편 반신자유주의 좌파(좌파의 좌파)는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부결시킨 동력을 바탕으로 단일 후보를 내려고 모색했으나 트로츠키파와 공산당의 오래된 반목과 트로츠키파 내부 정파 간 분열, 그리고 좌파 정권 수립 시 참여지분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패했다. 프랑스 좌파는 프랑스 민중이 진정으로 바라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오늘의 실패를 앞으로도 되풀이할 것이다. 국가 정체성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이민과 국가정체성’부를 신설하겠다는 사르코지는 외국인들에 의해 국가 정체성이 위협받는다며 그 자신이 재작년 방리외 사태 때 ‘쓰레기’라고 불렀던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했다. 그렇다면 그가 지키겠다는 프랑스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르코지의 대외정책의 기본 골격은 적극적인 대서양주의 노선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까지 지켜진 프랑스 우파의 전통인 드골주의의 독립성은 약화할 전망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이라크 문제에 관해 ‘프랑스의 오만’을 반성한 그의 대미 추종 시각은 중동의 아랍문제에서도 드골주의 전통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앞으로 프랑스의 전후세대 우파를 대표하게 된 사르코지, 그는 미국 주도 정책에 체계적으로 줄서는 유럽 우파의 보편적 경향을 따를 것이다. 사회경제정책에서는 금융자본 등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펴면서 미국식 차별 제도를 강화할 것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맞서게 한 마지막 보루이며 정체성의 중요한 기둥인 공화주의 전통은 미국식의 사회적·인종적 게토화의 위험과 함께 시험대에 서게 됐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서민층도 극우파 지지
미디어재벌 편들기 한몫 반전은 없었다. 1차 투표에서 좌파 진영(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트로츠키주의자, 대안세계화주의자)은 1969년 이래 가장 낮은 36%를 얻는 데 그쳤는데,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는 혼자 31%를 얻었다. 그의 압승은 프랑스 유권자의 우경화를 확인한 1차 투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의 우경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좌파 지향이어야 할 서민층이 80년대 중반 이래 극우파 지지자가 되면서부터다. 2007년 대선의 새로운 점은 사르코지가 1차 투표에서 이미 극우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표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점이다. 일간 <르몽드>의 장마리 콜롱바니 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프랑스의 상층과 하층이 함께 사르코지를 지지하고 중간 계층이 루아얄을 지지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는 본디 공산당을 지지했던 서민층이 극우파 지지자로 돌아선 결과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상층과 하층을 함께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앞으로 서민층은 외국인 배척 감정의 확대 속에서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사르코지는 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사르코지의 성공에는 프랑스 제1텔레비전(TF1) 등 방송과, 언론 출판 매체의 90%를 쥐고 있는 라가르데르 등 미디어 재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사르코지를 의지와 행동의 인물, 능력 있는 행정가로 그리는 데 앞장섰고, 성공했다. 미디어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 재벌이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지 않은 차이는 미디어가 자기 속내를 감춘 채 펼칠 때 더 효과적이라는 또 하나의 차이와 만난다. 사르코지의 성공을 극우파 끌어들이기 선거 전략과 미디어 정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프랑스 좌파가 정치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다뤄져야 한다. 사회당은 오랫동안 ‘개혁주의자’들이 주도했다. 루아얄을 포함해 그들은 거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추종자들로서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문제를 온정이나 사후 보상 등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2년 전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에서 사회당 지지자들의 과반수가 반대표를 던졌음에도 신자유주의 기조의 유럽연합 건설에 관한 토론을 제기하는 대신 좌파 내부 반대 세력을 주변화하려고 애썼다. 한편 반신자유주의 좌파(좌파의 좌파)는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부결시킨 동력을 바탕으로 단일 후보를 내려고 모색했으나 트로츠키파와 공산당의 오래된 반목과 트로츠키파 내부 정파 간 분열, 그리고 좌파 정권 수립 시 참여지분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패했다. 프랑스 좌파는 프랑스 민중이 진정으로 바라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오늘의 실패를 앞으로도 되풀이할 것이다. 국가 정체성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이민과 국가정체성’부를 신설하겠다는 사르코지는 외국인들에 의해 국가 정체성이 위협받는다며 그 자신이 재작년 방리외 사태 때 ‘쓰레기’라고 불렀던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했다. 그렇다면 그가 지키겠다는 프랑스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르코지의 대외정책의 기본 골격은 적극적인 대서양주의 노선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까지 지켜진 프랑스 우파의 전통인 드골주의의 독립성은 약화할 전망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이라크 문제에 관해 ‘프랑스의 오만’을 반성한 그의 대미 추종 시각은 중동의 아랍문제에서도 드골주의 전통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앞으로 프랑스의 전후세대 우파를 대표하게 된 사르코지, 그는 미국 주도 정책에 체계적으로 줄서는 유럽 우파의 보편적 경향을 따를 것이다. 사회경제정책에서는 금융자본 등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펴면서 미국식 차별 제도를 강화할 것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맞서게 한 마지막 보루이며 정체성의 중요한 기둥인 공화주의 전통은 미국식의 사회적·인종적 게토화의 위험과 함께 시험대에 서게 됐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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