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10일 사의 밝혀…브라운 뒤이을듯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아내와 껴안고 있는 영국의 새 총리 토니 블레어. 1997년도 자료사진. 1997년 5월 2일 금요일 그는 새 총리로 선출됐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재임 10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수 개월 동안 사임 시기를 두고 언론과 진실 게임을 벌였던 블레어 총리는 마침내 10일 오전 각료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날 낮 12시 자신의 지역구인 세지필드에서 24년 전 의회에 입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지지를 보여준 유권자들에게 퇴임 청사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노동당이 7주 간의 선거과정을 거쳐 차기 당수이자 총리를 뽑을 때까지는 블레어 총리가 총리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생일을 치러 54세가 된 블레어 총리는 차기 당수를 뽑을 때까지 6월 하순 혹은 7월 초까지 총리직에 머물게 되며, 이변이 없는 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블레어 총리의 뒤를 이어 새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브라운 장관의 적수가 될만한 데이비드 밀리반드 환경장관, 존 리드 내무장관 등은 당수 선거에 출마할 뜻이 없다며 브라운 장관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당 내 좌파 의원인 존 맥도넬이나 마이클 미처 의원이 당수 선거에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노동당 내 좌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출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사임 의사를 공표함에 따라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는 13일 차기 당수를 뽑기 위한 7주 간의 선거 일정을 발표한다. 브라운 장관은 11일 차기 당수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노동당은 6월 하순 특별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리가 될 당수를 선출한다. 블레어 총리는 6월 하순 혹은 7월 첫째 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총리실을 떠나며, 여왕은 차기 총리를 지명한다.

1997년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취임한 블레어 총리는 3회 연속 총선에 승리해 올해로 취임 10년을 맞았다. 처음 집권 당시 지지율이 83%에 달하며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 참전, 정치자금 스캔들, 1인 장기 집권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뚝 떨어졌고 당내외 퇴진 여론에 밀려 퇴장하게 됐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