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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동유럽 여행기 - ④ 크라코우

등록 2007-05-23 10:44수정 2007-05-23 10:57

새벽녘 크라코우 광장. 비온 다음날이라 축축하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새벽녘 크라코우 광장. 비온 다음날이라 축축하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넷째날.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한 밤기차는 이른 아침 크라코우에 도착한다. 침대칸 티켓을 샀지만 여권과 티켓검사를 10번을 받은지라 잠을 제대로 못잔 터였다. (헝가리와 폴란드사이에는 슬로베키아가 위치하고 있어서 국경을 나가고 들어오고 하다보니 검사가 10번이 되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예전부터 동경하고 있던 폴란드 땅을 실제 밟았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역을 빠져나왔다. 그 전날 비가 왔었는지 땅은 젖어있었고 그 전 도시들보다 좀 추웠다. 몸을 잔뜩 웅크린채로 걸어가니 약간 쌀쌀맞은 건물들이 나를 맞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동유럽 국가들인데도 나라마다 도시 색깔이 이렇게 다르다니.

동유럽 사람들중엔 영어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있더라도 더듬더듬 하는 정도인데, 지도를 펼쳐들고 광장에서 숙소찾는 길을 역시나 해메던 나에게 청소부 아저씨가 다가와 손짓으로 길을 가르쳐 준다. 차가운 겉모습과는 달리 관광객에게 친절한 폴란드 사람들. 추위때문에 따뜻한 커피한잔이 절실히 생각났던 아침. 이렇게 폴란드 여행을 시작했다.

현재 폴란드 수도는 바르샤바지만 중세시대부터 20세기까지 수도는 크라코우였기에 그 때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광장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을 정도로 문화, 역사적 가치가 풍부한 도시이다.

이날 일정은 비엘리츠카 (소금광산)방문이었다. 크라코우 시내에서 약 한시간가량 떨어져있기 때문에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나와야 했다. 비엘리츠카 행 미니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았으나 길치의 위력은 여기서도 죽지 않았다.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 시내중심을 뱅뱅돌아 찾은 정류장은 바로 길 찾기를 시작한 지점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추운 날씨에 얼마나 떨면서 헤맸던지...아무튼 영어가 잘 안통함에도 바디랭귀지써가면서 응답해준 현지인들이 고마웠다. 정확하지 않은 방향에 무지 해메긴 했지만.

바다에서 소금을 얻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동유럽에서는 광산에서 소금을 캐내는 산업이 발달했다. (짤쯔부르크역시 소금 산업으로 유명해 도시이름을 '소금의 성'이라 지었을 정도 salz (소금) burg (성) = Salzburg). 비엘리츠카 투어는 지하 몇백미터를 원형 계단으로 약 10분간 내려가는것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서 일하던 광부들은 언제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종교를 갖게 되고 각종 조각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것을 소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랍다. 사진에 보이는 샹들리에도 소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광부들이 모여 기도하던 성당.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광부들이 모여 기도하던 성당.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소금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소금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소금광산 내부는 가이드투어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자칫 관광객 홀로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실제 가이드투어로 관람하는 경로가 전체 광산에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약 세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관람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분명 똑같은 광장인데 아침에 봤던 쓸쓸함은 모두 사라지고 햇살과 사람들이 가득한 활기찬 풍경이 펼쳐졌다.

한 낮의 광장. 여전히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과 사람들이 열기를 채워준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한 낮의 광장. 여전히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과 사람들이 열기를 채워준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광장 내 중앙시장.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많아 구경하느라 신났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광장 내 중앙시장.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많아 구경하느라 신났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사람들과 부대끼며 광장에 머물렀다. 예배가 진행되던 성당에 들어가 같이 기도를 하기도했고, 베네치아 광장 만큼 많았던 비둘기들을 쫓아 가보기도 하고. 한창 구경하다 초저녁무렵 뭔가 허전해 생각해보니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소금광산 내 레스토랑에서 맛본 소세지 하나가 전부였던 것이다. 이제서야 현실로 돌아온듯 몸도 추위에 떨어 이대로 있다가는 몸살감기에 걸릴것 같았다. 우선 따뜻한 장소로 옮겨야 했기에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 저녁을 해결했다. 폴란드식의 근사한 저녁을 먹으려했으나 몸이 떨려 찾을 여유가 없었다. 내일은 근사하게 저녁을 먹자라고 다짐한 후 영국보다 가격이 싸서 좋았던 햄버거를 먹었다.

밤에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하던 도중 우연히 한국인 한명을 만났다. 군입대를 앞두고 홀로 동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던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야경을 감상하고 싶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신나게 사진찍고 광장이 훤히 보이는 노천에서 맥주한잔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잘 안했던 한국말 실컷하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멋진 야경속에서 신난 두사람!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멋진 야경속에서 신난 두사람!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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