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7 17:23
수정 : 2019.04.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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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오전 공개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 전날 발생한 화재 여파로 지붕이 무너져내려 바닥에 잔해가 수북이 쌓여 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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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풍경 보니
참나무 지붕 타버려 천장에 구멍
숯덩이 된 나무 기둥 뒤엉켜 쌓이고
바닥 곳곳에 잿빛 물 웅덩이
“15~30분만 늦었어도 대성당 전소”
소방관들 목숨건 진화로 유물들 구해
장미창 3개·대형 오르간 무사 확인
첨탑 꼭대기 ‘수탉상’ 잔해서 발견
마크롱 “5년 내 재건”…전문가들 “수십년”
대기업 등 복구 성금 10억유로 이상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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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오전 공개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 전날 발생한 화재 여파로 지붕이 무너져내려 바닥에 잔해가 수북이 쌓여 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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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현지시각), 언론에 공개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는 흡사 폭격을 맞은 듯했다. 수백개의 참나무 기둥을 손깍지 끼듯 엮어 만든 지붕을 화마가 삼키면서 성당 중앙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지붕 바로 밑, 제단과 신도석 사이 대리석 바닥에는 지붕에서 숯덩이가 돼 떨어진 참나무 기둥들이 뒤엉켜 있었고, 밤새 소방 호스에서 뿜어져나온 물이 흥건해 곳곳이 잿빛 웅덩이였다. 석벽 곳곳에도 그을음이 그득했다. 다행히 화마를 피한 황금십자가와 피에타상이 구멍난 지붕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며 856년 역사가 허망하게 허물어진 자리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프랑스 정부는 노트르담 대성당 진화 작업이 마무리 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후 6시43분 첨탑 부근에서 화재가 시작된 뒤 15시간 만이다. 로랑 누녜즈 내무부 차관은 “진화 작업이 15~30분만 늦었더라도 대성당은 전소될 뻔했다”며 “소방대원 500여명이 목숨을 걸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물벽’을 쌓은 덕분에 좌우 종탑으로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헌신적인 대응 덕분에 첨탑과 지붕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건물의 전체적 구조 자체는 지켜낸 모양새다. 다만 누녜즈 차관은 “궁륭(아치형 천장)과 북쪽 트랜셉트(십자가 모양을 구현하려고 좌우로 돌출시킨 건물 구조)의 박공 부분에 취약점이 발견됐다”며 “48시간에 걸쳐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한편 건물 내부 유물을 꺼내오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진단이 끝난 뒤에야 정확한 피해 상황을 집계할 수 있겠지만, 안전이 확인된 ‘예수의 가시면류관’과 생 루이(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튜닉’(품이 넓고 긴 상의)을 비롯해 노트르담 대성당의 유물 80%가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에이비시>(ABC) 방송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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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에 지난 15일(현지시각) 화재가 일어나 첨탑과 지붕 등이 손실됐지만, 13세기 프랑스 생 루이(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튜닉’(품이 넓고 긴 상의·사진)과 가시면류관 등 다수의 성물들은 화재 초기 소방관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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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샤뉘 프랑스 건축연맹 회장이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을 장식했던 ‘청동 수탉 청동상’을 화재 잔해 속에서 찾았다며, 이 수탉상을 안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자크 샤뉘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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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붕괴와 함께 소실된 줄로만 알았던 수탉 청동상이 화재 잔해 속에서 회수돼 환호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탉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93m 높이 첨탑 위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던 수탉상은 화재 진압 뒤 잔해를 뒤지던 자크 샤뉘 프랑스 건축연맹 회장의 눈에 띄어 회수됐다. 샤뉘 회장은 “믿을 수 없다”고 환호하며 트위터에 수탉상을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수탉상은 일부 흠집이 생겼으나 복원이 가능한 상태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장미창 3개와 1730년대에 만들어진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첨탑 부근에 있던 12사도 청동 조각상과 신약성경 4복음서의 주인공 조각상들은 보수 공사 도중 바닥에 떨어질 것을 우려해 화재 며칠 전 옮겨져 안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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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명물 중 하나인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15일(현지시각) 발생한 화재에도 3개의 장미창은 손상되지 않았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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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년 내에 대성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길게는 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딕 양식 건축의 또하나의 대표작인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복원 책임자였던 에릭 피셔는 “피해가 심각하다”며 “(복원에)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켄트대의 에밀리 게리 교수는 유럽의 참나무숲 파괴로 첨탑과 지붕에 쓸 참나무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을 들어 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루이뷔통·구찌·로레알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화장품 브랜드 경영자들이 거액을 쾌척하겠다고 나서면서 복구 성금은 사고 이튿날 10억유로(약 1조2800억원)를 돌파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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