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위기에 빠진 미국 컴퓨터회사 아이비엠(IBM)을 구원할 최고경영자로 루이스 거스너가 선임됐다. 그가 처음 중역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는 모든 남자들이 흰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스너만이 파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몇 주 뒤 다시 열린 중역회의에는 그도 흰 셔츠를 입고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중역이 색깔 있는 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옷차림만으로도 그 조직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맨 옷차림은 화이트칼라의 상징이다. 미국에서는 넥타이 출하의 30%가 경제 중심지 뉴욕주에서 이뤄진다. 넥타이의 70%는 여성이 사서 남성에게 선물하는데,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캐주얼 혁명’이 원인이다. 대량 생산 경제를 벗어나면서 기업들은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푸는 것은 조직의 관료적 속박을 푸는 상징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노타이 차림의 간편복을 입자는 ‘쿨 비즈’ 운동을 벌였다.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거창한 명분까지 내걸었다. 애초 목을 보호하는 목도리에 뿌리를 둔 넥타이는 몸을 따뜻하게 한다. 가뜩이나 기름값이 비싼 터에 여름 사무실 냉방 비용을 키운다. 석 달 동안의 성과는 7천만kWh의 전력 절감이었는데, 신사복류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사실 ‘노타이’차림이 가장 크게 바꾸는 것은 조직 문화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정부중앙청사에서 ‘노타이 패션쇼’가 열리는 등 옷차림 격식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직원들은 지난 3일부터 노타이 차림 근무를 시작했다. 증권업계에 처음이라는데, 문제는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노타이 차림의 증권맨도 “내 돈을 불려줄 것”이라는 신뢰를 손님들에게 줄 수 있을까? 실험 결과가 궁금해진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