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가 발달하면서 새말이 늘어나고 외국어에서 비롯된 말이 많아지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어 특성에 따라 새말을 만드는 경향이 다르다. 같은 동양권이라도 중국 쪽에서는 새로운 물건이나 개념을 가리키는 고유의 낱말을 새로 만들어 내는 반면, 일본은 서양 쪽 말을 있는 그대로 쓰는 때가 많은데 이는 글자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뜻글자인 한자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말을 만든다. 컴퓨터를 가리키는 ‘전뇌’(電腦), 슈퍼마켓을 가리키는 ‘초시’(超市)가 그 보기다. ‘可口可樂(커커우컬러·Coca cola), 富豪(푸하우·Volvo), 黑客(헤이커·hacker)’ 등은 뜻과 발음을 모두 고려한 말들이다. 인터넷 쪽에서는 재미있는 변화 양상을 보인다. ‘인터넷’(internet)이라는 말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인터-’ 부분은 발음을, ‘넷’ 부분은 뜻을 고려하여 ‘인터왕’(因特網)이라고 쓰다가 요새는 뜻만을 고려하여 ‘호렌왕’(互聯網)이라고 주로 쓴다.
일본에는 외래어를 표기하는 ‘가타카나’라는 소리글자가 있어서 대부분의 외국어를 그대로 외래어로 흡수한다. 보기로 들었던 컴퓨터, 인터넷, 해커 등을 ‘コンピュ一タ一(컴퓨터), インタ一ネット(인터넷), ハッカ一(해커)’와 같이 쓴다. 명사만이 아니라 형용사도 뒤에 ‘です’만 붙여서 그대로 활용한다. ‘はんサムです(핸섬하다), らっキ一です(러키하다)’ 등이 그 보기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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