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단어를 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검색어가 뜬다. ‘이명박’을 치면, 탄핵, 독도, 광우병, 지지율, 패러디가 올라온다. ‘노무현’을 치면 예언, 탄핵, 그립다, 생가, 지지율, 봉하마을이 뜬다.
‘노무현 예언’은 뭘까?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면서 누리꾼들이 ‘노무현 예언’을 그만큼 많이 찾아보았다는 얘기다. ‘노무현 탄핵’, ‘노무현 그립다’, ‘노무현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대개 노무현과 이명박을 비교하는 블로그, 카페다.
댓글놀이도 유행이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 “노무현은 국회의원들이 탄핵 요청했고, 이명박은 국민들이 탄핵 요청한다.”
현직 대통령 덕분에 전직 대통령이 뜨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명박 현상’도 있다. 요즘 웬만한 모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 아무래도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 같다는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 1년 전에는 ‘모든 게 노무현 탓’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이명박 탓’이다. ‘부시 퇴임 시계’처럼, 이명박 대통령 퇴임까지 남은 날짜와 시간을 표시한 ‘이명박 퇴임 시계’도 등장했다.
노무현 현상과 이명박 현상의 양태는 다르지만 원인은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렇게 압도적으로 밀어줬는데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계속해서 죽을 쑤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렇다. 확실히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뭔가 좀 이상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은 국민들이다. 바로 우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인으로 훈련받지 못한 사람이다. 공직 인사를 하면서 ‘아는 사람’만 쓴다. 여기저기 ‘형님’과 ‘멘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도 그럴 줄은 몰랐다고? 무슨 말씀을! 좀 솔직해지자. 그런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왜?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을 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메시아 대망론이라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세주가 나타나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신자유주의 확산과 양극화 심화로 살기가 팍팍해진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메시아로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본래 도참설은 난세에 나돈다. 이명박 현상의 실체는 ‘메시아 증후군’의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질로 붙잡혔다. 그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릴 현실적 수단이 별로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집권세력의 대국민 협박이지만 그건 사실이다. 그의 임기는 4년 9개월이나 남았다. 그래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스스로를 메시아로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와 7% 경제성장은 포기해야 한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차분하고 겸손하게 다시 고민해야 한다. 서두르면 안 된다. 만회할 시간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나친 기대와 급속한 실망은 둘 다 곤란하다. 냉정해져야 한다. 메시아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그리워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미워하더니 지금은 ‘노간지’라고 한다. 낯이 좀 간지럽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질로 붙잡혔다. 그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릴 현실적 수단이 별로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집권세력의 대국민 협박이지만 그건 사실이다. 그의 임기는 4년 9개월이나 남았다. 그래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스스로를 메시아로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와 7% 경제성장은 포기해야 한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차분하고 겸손하게 다시 고민해야 한다. 서두르면 안 된다. 만회할 시간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나친 기대와 급속한 실망은 둘 다 곤란하다. 냉정해져야 한다. 메시아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그리워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미워하더니 지금은 ‘노간지’라고 한다. 낯이 좀 간지럽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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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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