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 ‘반엠비(MB)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 등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개혁정당’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라는 ‘진보정당’ 사이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신자유주의 반대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간극이 존재한다. 진보정당 진영과 개혁정당 진영 각각의 내부에도 노선 차이, 분당 등으로 인한 대립의식이 크다. 필자는 지방선거는 물론 2012년 대선을 위해서도 ‘민주연합’과 ‘진보연합’이 중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지만, 선거연합의 내용·조건·방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연합도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반엠비’의 내용은 민생·민주·평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겠으나, 여전히 추상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과는 계승·발전해야 하지만, 그 한계는 극복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노선의 단순찬양·복귀로 축소된 ‘반엠비’는 퇴행이다. 특히 두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 실업, 사교육, 집값 등 민생문제 해결에 취약했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낳았다. 연합의 공통분모를 만들려면, 두 정부의 공과에 책임이 있는 개혁정당들이 좌로 한 걸음 움직여야 한다. 이럴 때 진보정당들도 우로 한 걸음 움직일 것이다. 둘째, ‘반엠비’가 거론되는 취지는 민주당에 힘을 몰아주자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고 단호한 대여 투쟁도, 혁신적 재집권전략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지난해 안산상록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믿음직한 맏형이 아니라 욕심쟁이 놀부였다. 다른 정파의 존재 이유와 지지기반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입으로만 연대를 말하는 것은 야권 내 기득권 관철을 위한 ‘쇼’일 뿐이다. 과감하게 자신을 여는 것, 그것이 민주당도 살고 ‘반엠비’도 이루어지는 길이다. 닫으면 막히고, 막히면 죽는다. 셋째, 진보정당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나 신자유주의 반대란 슬로건도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이며, 조직력과 대중적 지지도는 매우 취약하다. 단기간 안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진보정당끼리의 선거연대, 개혁정당과의 선거연대는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진보의 선명한 색깔을 짙게 드러내고 세를 키우면서도 연대 속에 뛰어들길 바란다. 그 속에서 승부처를 확보하고 총력 집중하여 확실한 성과를 내길 바란다. 진보정당의 정치력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넷째, ‘직업적 정치인’은 후보단일화를 “자신으로의 단일화”로 생각하기 마련이므로, 연합을 실현하려면 구체적 방안이 합의되어야 한다. 먼저 여론조사 외에, 합의된 적정비율로 당세와 민심이 모두 반영되는 영국형 ‘공천배심제’를 채택하여 후보를 정할 것을 권한다. 여기서 시민사회단체와 풀뿌리 시민의 참여와 개입은 필수이다. 그리고 이 제도에 따라 특정 당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로 정해진다면 이 후보의 당이 당해 지역행정 권한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무부시장, 정무부지사 등 임명직은 연합 내의 다른 당 사람이 맡도록 합의하여 상생의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어느 정당이건 자신만이 ‘적통’ 또는 ‘정통’이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몫’을 나누어야 모두가 커지고, 커져야 이기는 법이다. 과거 노 대통령이 방향을 잘못 잡아 던졌던 ‘대연정론’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지난해 울산 재보궐선거에서 이루었던 진보연합의 성공은 확장되어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2008년 전국을 뒤덮었던 촛불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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