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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금강송

등록 2014-02-12 19:02

강원도 동해안에 폭설이 쏟아졌다. 위로는 금강산에서부터, 아래로는 경북 울진에 이르는 이 지역이 바로 금강송이 자라는 곳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꼿꼿이 곧추선 형태로 자란다. 그 이유는 폭설 때문이다. 소나무들이 부러지지 않기 위해 생존하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금강송의 나이테는 남쪽에서 자라는 소나무에 비해 촘촘하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나무가 곧고 목질이 단단해 예전에는 궁궐을 짓거나 고칠 때만 베어 썼다고 한다.

몇해 전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있는 금강송 군락지를 가본 적이 있다. 200~500년 정도 되는 소나무들이 기세등등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아무 때나 가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산불예방을 위해 겨울철은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봄이 되어야 개방한다. 예를 들면 두천1리에서 출발해 소광리까지 이어지는 1구간은 하루에 80명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 코스는 옛적 보부상들이 동해안의 해산물을 경북 북부지방으로 짊어지고 오르내리던 길이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길이다. 이 길을 걷고 싶다면 ‘금강소나무숲길’ 누리집(홈페이지)을 이용해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나는 금강송 군락지를 ‘소나무의 정부(政府)’로 부르고 싶었다. “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치면/ 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 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 하늘지붕의 기둥이 되는/ 금강송의 나라”가 그곳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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