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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성 없는’ 박근혜·이명박 사면론 부적절하다

등록 2020-05-24 18:45수정 2020-05-25 02:37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YTN 화면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YTN 화면 캡처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잇따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의장은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명박·박근혜) 두 분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 통합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성급하고 부적절하다.

사면을 하려면 무엇보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 그리고 진실 규명에 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의 태도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4·15 총선을 앞두고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현실 정치에 개입했다.

앞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국민은 외면했다.

게다가 사면의 법률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특정인에게 형 집행을 면제하는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다스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 역시 7월로 예정된 파기환송심을 기다리고 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합당한 죗값을 치르는 게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과거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 등을 명분으로 삼은 특별사면이 잦았지만, 대부분 기대했던 효과는 거의 없었고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란 및 군사반란 수괴로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씨는 사면 뒤 추징금 납부를 회피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다시 법정에 섰다. 법률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반성도 없는 이들을 허울뿐인 국민 통합을 명분 삼아 사면하는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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