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주장 들어보니
국가정보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국정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인원을 감축하고 이름을 바꾼 뒤에도 불법도청을 자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다음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마약쟁이’를 치료감호소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그 말을 믿고 풀어줄 것인가? 국정원 제도개혁을 둘러싼 논쟁을 소개한다.
“자체개혁 정착 위해서도 근본 바뀌어야” 목소리
전문가 “수사권 폐지, 국내·외 부문 분리 필요” 국가정보원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명확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정보기관의 속성상 국정원은 불법을 자행하는 과거의 ‘음습한’ 체제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개혁으로 국정원의 본질적 변화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남 정보위원장은 <신진보 리포트> 긴급투고를 통해, “지금의 제도는 냉전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 5·16 쿠데타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틈타 급하게 만들어진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그 이후 44년 동안 이름만 여러번 바뀌었을 뿐,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제도로는 잘못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고, 잘못된 관행이 재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도 현재 국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조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참여 정부 이후의 탈정치·탈권위 조처 △명망있는 법조인의 국정원장 임명 △대통령에 대한 상시적인 정보보고 철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개혁 조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정보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국정원 인사들과 만나면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말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특별기고를 하기 전에도 김승규 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수사권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통보해 둔 상태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이번 기고에서 국정원 조직 분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국정원 개혁 소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은 ‘대국민 신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제도 개혁은 국내-해외 부문 분리, 수사권 폐지가 핵심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국정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는 전문가들도 임 의원의 주장대로 수사권 폐지와 조직 개편이 제도개혁의 핵심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정원 개혁 소위의 1차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이계수 건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국가정보원을 현재의 ‘정보수사기관’에서 순수한 정보기관, 정보분석센터로 구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형법으로 대체하고 국내 보안 업무에 관한 수사는 경찰 및 검찰로 이관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 2차 공청회에서, 장주영 변호사는 국정원을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정부직제상 국내보안청(가칭)은 총리 직속으로, 해외정보처(가칭)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또는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불법적으로 정보 수집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국내정보 조직을 총리 산하로 옮기자는 것이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정원 얘기 들어보니
“선의 믿어달라” 국가정보원이 ‘근본적 개편’을 거부하는 명분은 여러가지가 있다. 몇몇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기본적인 방어 논리는 ‘사용자의 선의’였다. 제도개혁을 아무리 해도 ‘사용자’인 대통령이 정보기구를 악용하려 들면, 막을 수 없으므로,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악의’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통령과 국정원 직원들을 믿어달라는 얘기였다. 수사권 폐지 주장엔 “현실 모르는 소리”
자체개혁 성과 강조 ‘외풍’ 차단 안간힘 각론으로 들어가, 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남북대치 상황’과 ‘정보수집의 효율성’이 답으로 돌아왔다. 국내-해외 부문 분리나, 해외 정보 중심의 재편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거나 “차라리 국정원을 없애라”는 ‘과격한 반론’이 나왔다. 국정원 해외 부문은 본래 국제사회에서 남북이 체제경쟁을 하던 시절 ‘공작’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일 뿐, 정보수집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람들의 거부 논리는 일종의 조직보호 본능 같은 것이다. 김승규 원장이 국정원 자체 개혁 프로그램을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에는 ‘외부에서 집도하는 수술’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듯 하다. 국정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개혁 성과’를 보고했다. 서대원 1차장, 이상업 2차장, 최준택 3차장, 김만복 기조실장이 참석했다. 국정원은 지난 3년간 정치사찰, 인권유린, 선거개입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과거 ‘대통령의 분신’ 역할에서 탈피해, ‘안보와 국익에 봉사하는 전문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현 정부에서 세 차례 조직개편을 했다고 밝혔다. 1차(2003년 5월)에는 국내 정보분야를 축소·재편하고 기관상시출입제를 폐지했다. 2차(2004년 4월)에는 지원분야 인력을 줄이고, 대테러·산업보안·국제범죄 등 현업부서의 인력을 늘렸다. 3차(2004년 5월)에는 고위직 인원을 줄여 실무인력으로 전환했다.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 자체가 철저한 비밀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조직개편의 부작용도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경제 분야’는 지금 국제담당 1차장 산하로 가 있다. 기형적인 모습이다. 국정원은 지난 3년 동안 산업 보안 등의 분야에서 82조3천억원의 국부유출을 막았다고 보고했다. 2003년 6건 13조9천억원, 2004년 26건 32조9천억원, 2005년 29건, 35조5천억원 등 통계도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액수가 큰지, ‘계산법’은 알 수가 없다. 2004년 11월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도 자체 개혁의 중요한 성과로 제시됐다. 김형욱 실종 사건 등 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김대중 납치 사건 등 3건을 5월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정보관, 혁신인사특보를 임명했고, 지난 1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합숙교육을 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수사권 폐지, 국내·외 부문 분리 필요” 국가정보원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명확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정보기관의 속성상 국정원은 불법을 자행하는 과거의 ‘음습한’ 체제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개혁으로 국정원의 본질적 변화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남 정보위원장은 <신진보 리포트> 긴급투고를 통해, “지금의 제도는 냉전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 5·16 쿠데타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틈타 급하게 만들어진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그 이후 44년 동안 이름만 여러번 바뀌었을 뿐,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제도로는 잘못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고, 잘못된 관행이 재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도 현재 국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조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참여 정부 이후의 탈정치·탈권위 조처 △명망있는 법조인의 국정원장 임명 △대통령에 대한 상시적인 정보보고 철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개혁 조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정보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국정원 인사들과 만나면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말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특별기고를 하기 전에도 김승규 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수사권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통보해 둔 상태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이번 기고에서 국정원 조직 분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국정원 개혁 소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은 ‘대국민 신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제도 개혁은 국내-해외 부문 분리, 수사권 폐지가 핵심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국정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는 전문가들도 임 의원의 주장대로 수사권 폐지와 조직 개편이 제도개혁의 핵심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정원 개혁 소위의 1차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이계수 건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국가정보원을 현재의 ‘정보수사기관’에서 순수한 정보기관, 정보분석센터로 구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형법으로 대체하고 국내 보안 업무에 관한 수사는 경찰 및 검찰로 이관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 2차 공청회에서, 장주영 변호사는 국정원을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정부직제상 국내보안청(가칭)은 총리 직속으로, 해외정보처(가칭)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또는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불법적으로 정보 수집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국내정보 조직을 총리 산하로 옮기자는 것이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정원 얘기 들어보니
“선의 믿어달라” 국가정보원이 ‘근본적 개편’을 거부하는 명분은 여러가지가 있다. 몇몇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기본적인 방어 논리는 ‘사용자의 선의’였다. 제도개혁을 아무리 해도 ‘사용자’인 대통령이 정보기구를 악용하려 들면, 막을 수 없으므로,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악의’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통령과 국정원 직원들을 믿어달라는 얘기였다. 수사권 폐지 주장엔 “현실 모르는 소리”
자체개혁 성과 강조 ‘외풍’ 차단 안간힘 각론으로 들어가, 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남북대치 상황’과 ‘정보수집의 효율성’이 답으로 돌아왔다. 국내-해외 부문 분리나, 해외 정보 중심의 재편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거나 “차라리 국정원을 없애라”는 ‘과격한 반론’이 나왔다. 국정원 해외 부문은 본래 국제사회에서 남북이 체제경쟁을 하던 시절 ‘공작’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일 뿐, 정보수집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람들의 거부 논리는 일종의 조직보호 본능 같은 것이다. 김승규 원장이 국정원 자체 개혁 프로그램을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에는 ‘외부에서 집도하는 수술’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듯 하다. 국정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개혁 성과’를 보고했다. 서대원 1차장, 이상업 2차장, 최준택 3차장, 김만복 기조실장이 참석했다. 국정원은 지난 3년간 정치사찰, 인권유린, 선거개입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과거 ‘대통령의 분신’ 역할에서 탈피해, ‘안보와 국익에 봉사하는 전문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현 정부에서 세 차례 조직개편을 했다고 밝혔다. 1차(2003년 5월)에는 국내 정보분야를 축소·재편하고 기관상시출입제를 폐지했다. 2차(2004년 4월)에는 지원분야 인력을 줄이고, 대테러·산업보안·국제범죄 등 현업부서의 인력을 늘렸다. 3차(2004년 5월)에는 고위직 인원을 줄여 실무인력으로 전환했다.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 자체가 철저한 비밀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조직개편의 부작용도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경제 분야’는 지금 국제담당 1차장 산하로 가 있다. 기형적인 모습이다. 국정원은 지난 3년 동안 산업 보안 등의 분야에서 82조3천억원의 국부유출을 막았다고 보고했다. 2003년 6건 13조9천억원, 2004년 26건 32조9천억원, 2005년 29건, 35조5천억원 등 통계도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액수가 큰지, ‘계산법’은 알 수가 없다. 2004년 11월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도 자체 개혁의 중요한 성과로 제시됐다. 김형욱 실종 사건 등 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김대중 납치 사건 등 3건을 5월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정보관, 혁신인사특보를 임명했고, 지난 1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합숙교육을 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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