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100일] ② 제목소리 내는 지방정부·의회
‘여소야대’ 바뀐뒤 견제·감시 기능 되살아나
단체장 독주 제동…“의회·여론 의식하게 돼”
‘여소야대’ 바뀐뒤 견제·감시 기능 되살아나
단체장 독주 제동…“의회·여론 의식하게 돼”
6일 오후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공약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추가 노선’ 연구용역비 3억5000만원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가 자진해서 사업비 삭감을 요청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열린 용역비 심사위원회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지만, 민선 4기 ‘여대야소’ 지방의회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장면이었다.
송영주 건설교통위원장(민노당)은 “연구용역비의 타당성 여부가 사전 심사 대상인데도 도지사 공약 사업임을 내세워 절차를 무시한 채 예산부터 세우던 관행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담당 간부를 질타했다.
민선 5기 지방의회가 몰라보게 야물어지고 있다. 1991년 출범 뒤 여태껏 지방정부의 ‘들러리’라는 눈총을 사왔던 지방의회가 6·2 지방선거 이후 ‘집행부 견제’와 ‘복지 챙기기’에 주력하는 등 풀뿌리 자치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여소야대’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방의회는 서울광장 개방과 무상급식 지원을 이끌어내 종전 ‘여대야소’ 의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서울광장 운영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를 공포해 서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한나라당 의원이 대다수였던 지난 7대 서울시의회가 시민 8만5000명이 발의한 ‘광장 신고제 이용’ 조례안을 폐기한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을 반영한 것이 대표적 보기다. 한나라당이 다수이던 7대 경기도의회에서 세차례나 삭감됐지만 ‘여소야대’로 바뀐 이번 의회에선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경기지역 모든 초등학교 5~6학년생 21만여명의 무상급식이 가능해졌다.
한나라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동시에 독점하던 민선 4기 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견제와 감시 기능도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욕을 보이는 서해뱃길 사업과 마곡지구 워터프론트 조성 사업, 한강 예술섬 조성 사업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 사업이 △경제성 평가 근거가 미약하고 △한강의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며 △시민의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등의 근거에서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8월, 경기도의 4대강 사업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 등 현안을 검증하겠다며 ‘4대 특위’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야당 중심의 지방의회가 여당 단체장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공무원도 있지만, 한 경기도 공무원은 “도지사 생각에 맞춰 실·국장이 결정하면 정책이 되고, 그대로 진행된 게 과거 관행”이라며 “힘들기는 하겠지만 의회와 도민의 여론을 의식하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소야대인 제주도의회도 지난달 20일 광역단체로는 처음으로 무상급식 지원 조례를 의결하면서, 제주도가 상정한 조례안보다 지원 범위를 더 늘려, 전면 시행을 꺼리는 집행부를 압박했다. 애초 주민 발의로 제출된 조례안을 제주도가 상정하면서 지원 범위를 ‘유·초·중·고교생’으로 한정하자 ‘영·유아를 수용하는 보육시설’까지로 확대해 수정 의결했다. 제주도의회는 “재정이 어려워도 도지사 공약사항인 만큼 임기 안에 전면 무상급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고삐를 죄었다.
민주당이 다수인 광주시의회도 의원 25명 가운데 84%인 21명이 초선으로 채워지면서, 민주당 출신 단체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상무소각장 이전과 개방형 야구장 건설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광주시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광주 수원 서울/안관옥 홍용덕 윤영미 기자 okahn@hani.co.kr
광주 수원 서울/안관옥 홍용덕 윤영미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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