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자세 낮춘 유시민 내정자, 답변은 소신껏

등록 2006-02-07 16:35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혀 딴판의 모습이었다.

이날 청문회에 선 유 내정자는 야당측이 제기한 국민연금 미납 등 각종 도덕성 문제와 자질시비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바짝 자세를 낮췄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모두 끄집어내면서 총공세를 폈지만, 유 내정자는 반론보다는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형식으로 공세를 피해나갔다.

정적이나 일부 언론, 특정 사안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정사정없이 가시돋친 언급을 쏟아냈던 유 내정자의 평소 모습을 감안해 본다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유 내정자는 전재희 의원이 국민연금 미납 의혹을 제기하자 "존경하는 전 의원님 말씀이 옳다"며 "다만 고의로 회피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특히 정화원 의원이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하자 "일부 언론에서 나를 `잡티투성이'라고 평가한 것이 상당히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잡티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가 국회의 의견을 묻는 단계이니 제 말씀을 들어보시고, 여러 의원님들이 의견을 주시면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유 내정자는 이어 일련의 한나라당 폄하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자 "과한 표현이었다"며 "의원으로서 한나라당은 경쟁상대였지만, 장관으로서는 여기 계신 의원님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활동할 수 없다"며 더욱 고개를 숙였다.

최근 다시 문제가 된 기독교 비판발언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이해를 구했고, 언론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데 대해서도 "복지발전에 필요하다면 언론과 관계도 과거와 다르게 설정해 건전한 협력과 긴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변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 등에 대해 군사파시즘의 잔재로 묘사했던 종전의 발언에 대해서도 "언제나 국민의례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유 내정자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남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는 점을 감안한 듯 의원들의 발언을 들을 때는 의도적으로 입술을 굳게 다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답변을 할 때도 입가에서 웃음기를 제거하려고 애를 쓰는 인상도 줬다.

유 내정자는 이날 차림새마저 평소와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깨끗한 회색 양복을 입고 청문회장에 출석한 유 내정자는 가르마를 타서 넘긴 머리 스타일에 깔끔한 검정 테 안경까지 착용해 단정한 인상을 줬다. 다만 유 내정자는 일부 정책적인 사안이나, 사실관계가 완전히 어긋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유 내정자가 장관이 되면 의료정책에 시장경제원리가 대폭 도입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자 "현 의원님의 문제의식은 이해하지만, 시장경제원리도 여러차원이 있다"며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 효율을 얻는 사업예산 설계가 시장 경제원리"라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이 유 내정자 딸의 외국어고 입학사실을 동국대 강정구 교수 아들의 미국 유학사실과 비교하면서 "비교적 반미적 성향이면서도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영어를 사용하는 외고에 자녀를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유 내정자는 "친북반미하는 사람들도 영어는 알아야 하는게 21세기"라고 받아쳤다.

또한 몸에 배인 공격성이 무의식 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역구에서 정치행사를 연 뒤 정책심포지엄으로 신고해 정책개발비를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고경화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대해 고 의원이 비례대표라는 점을 은근히 비꼬려는 듯 "고 의원이 지역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역구에서 여러행사를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