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번 정기국회는 ‘정치적 본고사’나 다름없다. 진영을 넘나들며 쓰임 받는 ‘용병대장’을 넘어 명실상부한 ‘정치지도자’의 입지를 굳히려면 ‘공정경제 3법’에 미온적인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주어진 회기 안에 법안 처리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위원장은 22일 열린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내부 반발을 무마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직도 3040세대의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4·15 총선 패배를 겪으며 느꼈던 위기감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과연 저 당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형식적으로 구호만 내걸고 그치는 것 아닌지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이상기류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노출됐다. 늘 첫 순서로 발언하던 김 위원장은 이날 공개발언을 생략한 채 다른 비대위원의 발언을 듣기만 했다. 이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 위원장 입에선 “(새누리당 시절) 경제민주화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최경환 전 부총리와 이한구 전 의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는 의미심장한 말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당내 반발이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앞서 <한겨레>가 당내 정무위·법제사법위 소속 의원 14명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응답자 11명 가운데 반대·유보가 9명에 이르렀고 “찬성한다”는 의견은 2명에 그쳤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종인의 대표 브랜드는 경제민주화인데, 그것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공정경제 3법’의 입법이 좌절된다면, 그가 가진 정치적 상징이 효용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의제를 던지는 것과, 정부·여당과 협상하고 입법하는 과정은 질적으로 다른 정치 행위”라며 “여당이 공정경제 3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 우리 당 내부에서 표가 갈리는 모습이 나오면, 내분을 넘어선 내전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과의 소통에 취약한 김종인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사전에 알리는 절차를 생략한 채 대외용 메시지가 나가는 일이 반복되니 반발이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을 마냥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재계가 우려하는 몇몇 조항을 손보는 절충안을 조만간 내놓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들은 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했다. 한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상호 존중 파트너십이 두텁기 때문에,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한 갈등도 잘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주빈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