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한 당직자가 28일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청와대에서 보내온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신고서를 보도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종수 기자
당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을 공식 탈당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을 열린우리당 중앙당사로 보내 탈당신고서와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를 송영길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이로써 임기말 당적을 이탈한 4번째 대통령이 됐고, 남은 임기 1년을 여당도 없는 무당적 상태에서 정국을 이끌어 가게 됐다.
노 대통령은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임기가 끝난 뒤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의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탈당을 “단임 대통령의 한계”로 규정하며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선거전략상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 대통령은 집중 표적이 되고, 여당 또한 차별화하려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선거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 “과거 한나라당 대통령은 여당에 불법으로 거액을 선거자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불법을 하지 않았다. 중립내각 운운하는 낡은 정치공세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나는 비록 지금 당적은 정리하지만 우리가 애초에 가졌던 국민 통합과 새로운 정치라는 창당 정신이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란다”며 “한국 정치발전이라는 역사의 길에서 언젠가 여러분과 다시 함께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장이혼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면서 “국민의 쓴소리를 듣기보다 쓴소리를 하겠다는 ‘내 마음대로’
대통령의 모습에 폭군 네로가 떠오른다. 당적을 보유하지 않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중립내각을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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