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정당 “18대 국회 초반 처리…발의 유보 요청”
청와대 “정당간 합의 국민에 약속” 조건부 수용
청와대 “정당간 합의 국민에 약속” 조건부 수용
노무현 대통령이 ‘4년 대통령 연임제’ 헌법 개정안 발의를 몇몇 조건을 달아 유보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여섯 정파 원내대표단의 개헌안 발의 유보 요청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실장은 “각 정당이 차기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정당간 합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약속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각 정당이 이런 의지를 보인다면 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개헌 일정·내용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단의 합의로 시작되는 정치적 대화가 열매를 맺을 희망이 보인다면, 그 때까지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정치적 협상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청와대는 애초대로 일정을 즉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유보 결정이 ‘시한부’임을 밝혔다.
‘협상을 조건으로 개헌안 발의를 당분간 유보한다’는 청와대 태도는 역제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내용은 개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까지 개헌에 부정적으로 돌아섬으로써, 임기 안에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9일 저녁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발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장영달 원내대표가 이런 뜻을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9일 노 대통령 담화로 시작된 개헌 정국은 석 달 만에 사실상 마무리 절차로 접어들었다.
청와대의 개헌 발의 유보 발표를 두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개헌 발의를 조건 없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이미 다음 대통령 임기중 개헌을 완료하도록 노력하고,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도록 뒷받침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노동당 등은 청와대의 유보 결정에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앞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원내대표 6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열어, “개헌 문제는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합의했다.
원내대표들은 이 밖에도 “4월25일까지 국민연금법, 사학법, 로스쿨법안 등 현안을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타결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의견을 모았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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