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정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오찬장으로 향하고있다.왼쪽부터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 노 대통령, 최인기 민주당 원내대표, 김효석 대통합 민주신당 원내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오충일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 기자간담회 발언록
‘아리랑’ 공연 박수, 참모진이 말렸지만 북 호감 얻기 위해 선택
종전선언 시기, 임기안 가능할지 모르나 아주 늦진 않을 것
‘아리랑’ 공연 박수, 참모진이 말렸지만 북 호감 얻기 위해 선택
종전선언 시기, 임기안 가능할지 모르나 아주 늦진 않을 것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뒷얘기들을 풀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국정을 꿰뚫고 있었으며, 진짜 권력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반도 주변 3자, 4자 정상의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이 (참가)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4자로 확정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록이다.
■ 김정일 위원장 평가=김정일 위원장이 국정 상황을 소상히 꿰뚫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면 기억하기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국정 구석구석에 대해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다.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는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했다. 진짜 권력자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북한 체체 평가 =북한 전체의 인상은 기술, 국민적 열정, 총체적 국민적 역량 수준은 상당했다. 소위 발전전략만 잘 채택하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빠른 속도의 발전이 가능한 나라라고 느꼈다. 다만 김정일 위원장 이외의 다른 여러 지도층들의 경직성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북한은 이미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느낀 것은 ‘(북한이)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였다. 그 때문에 북한의 변화가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아리랑 공연 관람=아리랑을 공연 보기로 했는데, 나는 ‘내용이 무엇이든 그냥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내용을 좀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갔다. 막상 가 보니까 민감한 내용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였다. 공연을 보러 출발하기 직전 마지막에 모두 기립해 박수 치는 순간에 우리만 앉아 있을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서되 박수는 안 친다는 건의가 올라왔다. 그래서 ‘무슨 소리요? 전부 박수 치는 걸로 해! 뭐 그걸 가지고’라고 했다. 그래도 수행했던 각료들이 ‘서기는 서되 박수 안 치는 걸로 하자’고 다시 왔다. 그래서 ‘나 혼자만 치면 되는 거지’ 하고 나갔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여기(평양) 온 게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마지막까지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내가 박수를 쳤다.
경협비용 우려할 수준 아니다…비용 들더라도 할 일은 해야
마지막까지 본전찾고 가려고 참모 말려도 ‘아리랑’ 공연 박수” ■ 김 위원장 비핵화 언급=‘6자 회담이 잘 진전돼서 아주 기쁘다’는 덕담에서 시작해서 핵 얘기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6자 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계관 부상을 불러 보고를 하게 했다. 그런데 실무자들이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을 넣을 거냐 말 거냐 조금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북쪽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끼는 데 대해서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시원하게 말했지만 실무자는 남북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남북 기본합의를 자꾸 꺼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선언)문장에 9·19 선언에 있는 것을 인용해 9·19, 2·13, 이렇게 나간 것이다.
■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나는 부시 대통령과 얘기했고, 후진타오 주석과도 만나서 여기에 대해 서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그 종전선언, 나도 관심 있소.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 한번 추진해 봅시다’라고 해 간단하게 끝났다. 그 외 더 여러 가지 없었고, 다만 지금 (평화협정)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종전)선언 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선언)문안을 다듬는데 3자, 4자, 이렇게 되어 있더라. ‘이게 어느 쪽에서 나온 문안이냐’ 했더니 북쪽에서 나온 문안이라고 했다. 나중에 직접 협상한 쪽에서 얘기를 듣기로는, 중국이 아직 (종전선언에 대해) 분명하게 표현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들은 것 아닌가 짐작만 하고 그냥 이렇게 들어갔다. 그래서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뚜렷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 그때까지 ‘중국은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여유를 둔 것 아닌가 싶다. 그 뒤에 중국이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4자로 확정된 것이라 생각한다. ■ 종전선언 시기= 희망은 임기 안에 하고 싶지만, 그건 내 희망대로 되는 게 아니다. 속도와 시기는 6자 회담의 진전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늦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선언이 6자 회담의 이행과 북핵 폐기를 더 촉진하는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마지막까지 본전찾고 가려고 참모 말려도 ‘아리랑’ 공연 박수” ■ 김 위원장 비핵화 언급=‘6자 회담이 잘 진전돼서 아주 기쁘다’는 덕담에서 시작해서 핵 얘기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6자 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계관 부상을 불러 보고를 하게 했다. 그런데 실무자들이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을 넣을 거냐 말 거냐 조금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북쪽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끼는 데 대해서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시원하게 말했지만 실무자는 남북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남북 기본합의를 자꾸 꺼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선언)문장에 9·19 선언에 있는 것을 인용해 9·19, 2·13, 이렇게 나간 것이다.
■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나는 부시 대통령과 얘기했고, 후진타오 주석과도 만나서 여기에 대해 서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그 종전선언, 나도 관심 있소.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 한번 추진해 봅시다’라고 해 간단하게 끝났다. 그 외 더 여러 가지 없었고, 다만 지금 (평화협정)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종전)선언 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선언)문안을 다듬는데 3자, 4자, 이렇게 되어 있더라. ‘이게 어느 쪽에서 나온 문안이냐’ 했더니 북쪽에서 나온 문안이라고 했다. 나중에 직접 협상한 쪽에서 얘기를 듣기로는, 중국이 아직 (종전선언에 대해) 분명하게 표현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들은 것 아닌가 짐작만 하고 그냥 이렇게 들어갔다. 그래서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뚜렷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 그때까지 ‘중국은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여유를 둔 것 아닌가 싶다. 그 뒤에 중국이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4자로 확정된 것이라 생각한다. ■ 종전선언 시기= 희망은 임기 안에 하고 싶지만, 그건 내 희망대로 되는 게 아니다. 속도와 시기는 6자 회담의 진전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늦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선언이 6자 회담의 이행과 북핵 폐기를 더 촉진하는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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