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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임기말 깜짝 독도방문…대일외교 급선회

등록 2012-08-10 20:32수정 2012-08-10 23:01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등대 옆 전망대에서 섬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등대 옆 전망대에서 섬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한-일 관계 급랭
군사정보협정 파문뒤 이례적인 강경대응 의아
노다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다”…대사 본국소환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대통령으로선 첫 독도 방문이다.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공군 2호기를 통해 서울공항을 이륙한 뒤 강릉을 거쳐 헬기편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차례로 방문한 뒤 오후 청와대로 돌아왔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독도에 도착해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긍지를 가지고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독도 방문이 이뤄진 직후 신각수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로 같은 취지의 항의를 했다.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과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 등 일부 각료들은 오는 15일 광복절(일본에선 ‘종전일’로 부름)에 야스쿠니신사를 개인 자격으로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부는 그동안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최근 일본이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또 위안부 문제나 교과서 왜곡 등 반복되는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한 강경대응 의지의 표현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이다. 이 대통령이 해마다 독도 방문을 검토해왔지만 기상 등 여건이 맞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이번에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국민이 독도수호 의지를 더욱 결집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전략적으로 성급하고 시기적으로도 뜻밖이며, 평소 이명박 정부의 대일정책 기조에 비춰봐도 너무 돌출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너무 일찍 빼들어 스스로 대응수단의 폭을 좁혔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대통령의 독도 방문 카드를 이런 식으로 써버리면 앞으로 일본 우파들의 해상 항의 시위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움직임 등 일본의 도발이 강화될 때는 어떤 대응을 내놓으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자칫 독도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조기에 말려들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대통령이 기존의 ‘조용한 외교’ 노선과 배치되는 독도 방문을 갑작스레 추진한 배경도 의문을 낳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국제분쟁화 전략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대체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나 외교청서 또는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이 먼저 도발할 경우에만 대응한다는 기조였고, 이런 기조가 너무 소극적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독도 방문이) 조용한 외교에서 시끄러운 외교로 가는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책기조의 변화가 아닌데도 굳이 일본과의 갈등이 심각하지도 않은 시기에 독도를 방문한 배경은 더 아리송해진다.

이 대통령의 그간 행적에 비춰봐도 독도 방문은 뜻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몰래 추진하려다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포기하는 수모를 겪었다. 광복 이후 최초의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독도를 방문하는 등 한-일 관계에서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관계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미심쩍은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08년 7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겠다고 하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구속 등 잇따른 측근 비리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린 이 대통령이 임기 말에 지지율 회복을 꾀하기 위해 정치적 성격의 행동을 한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의 파장을 충분히 고려한 독도 방문이라면 모르겠지만 혹여 국면전환용 방문이라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대통령 깜짝방문의 이벤트가 아니라, 적극적인 외교적 대책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리는 “이 대통령의 형과 측근들이 잇따라 체포되는 등 한국 국내 상황이 엉망인 것이 (이번 독도 방문을 추진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이날 일본 언론에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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